고통받는 시간 마저 즐거워요.
헬스장이 너무 지겨워서요.
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이렇게 답하곤 한다. 말 그대로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사실 나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한 번도 운동이 즐겁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체질적으로 근육의 성장이 더딘 내 몸뚱아리는 근력 강화를 위해 남들의 몇배는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내게 헬스장은 몸에 있는 타겟 근육들을 향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를 속으로 열댓번씩 외치며 맞서싸우러 가는 제 2의 전쟁터와 같았다. (물론 제 1의 전쟁터는 회사~)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놓고 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던 와중에 홀린 듯이 집 근처 요가원에 상담 예약을 하고 한 달권을 끊었다. 회사 일로 힘들어서 살기 위해 퇴근 후 잡생각들을 털어버려야 했는데, 헬스장은 죽기보다 가기 싫던 와중이었다.
무엇보다 1년 전 싱가포르에서 원데이 요가 클래스를 들었던 기억이 정말 행복하게 남아있어서 퇴근 후 요가원에 갈 때마다 그때 그 감정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있었다.
요가가 스트레칭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니, 맞는데 틀리다.
사실 요가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만만한 운동이다. 저거 그냥 스트레칭 아니야? 왜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거지? 라고 데드리프트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에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이런 선입견은 두 번째 수업날 와장창 깨져버렸다. 스트레칭을 하며 땀이 뻘뻘 날 수 있다니, 다리가 후들거릴 수 있다니, 근육이 찢어질 듯이 아플 수 있다니!
한 자세로 가만히 버티기만 해도 엄청난 고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로, 그제서야 나는 요가에 '수련'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내가 이제는 토요일 오전 9시만 되면 요가타월을 챙겨 요가원으로 향한다.
요가를 하고 있자면 내 몸의 에너지가 움직임을 통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영혼과 에너지를 쏙 빼놓는 다른 근력운동이나 유산소운동을 할 때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일에 대한 걱정과 온갖 잡생각을 집까지 끌고오지 않고, 요가원에 다 버려두고 오는 방법을 익혔다. 내 몸의 근육들이 늘어나는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건 지금 이 고통이 내 잡생각을 없애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평생 하고싶은, 더 잘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았다.
그게 요가라서 너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