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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Aug 25. 2023

나 견디기


어제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다시 읽으면 고치고 싶을 거다. 고치다 보면 지우고 싶을 거고, 지우고 나면 또 쓰고 싶을 거다. 내가 내내 해온 짓이다. 브런치에서도 반복할 순 없다. 이 짓을 끊으러 온 거기도 하니까. 첫 글은 좀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약간 헐렁해도 좋았을 텐데…. 쉬, 그만.


몇 년 간 내 블로그 이름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이다. 보배는 고사하고 구슬도 못 모았다. 기껏 쓰고 하루 이틀 뒤에 보면 의미도 감흥도 없는 것 같아 지우거나 비공개 폴더로 옮겨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고른 말들, 나를 앞장선 말들은 내가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동시에 내게 없는 것을 드러낸다. 


나는 '웃자'라는 카톡 알림말을 보면 상대가 웃음기를 사수해야 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웃는 사람이 아니라 웃어야 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 악물고 웃어야 하는 시기를 들키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자기를 줄줄 흘리고 다닌다. 내가 카톡에 사진이나 알림말을 하지 않는 것도 내가 새지 않도록 잠그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늘 제대로 잘하고 싶어 한다. 이 점은 나를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발목을 잡는다. 내 스케줄러는 빽빽하거나 텅 비어있다. 나는 시간을 테트리스처럼 쓰고 싶어 한다. 다섯 시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일곱 시에 일어나면 이미 망한 기분이 든다. 시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루를 통으로 포기하고 건성으로 보내기 일쑤다. 삐끗하면 내일을 기약한다. 이런 식으론 어쩌다 하루 이틀 김새지 않고 보낼지라도 장거리를 달릴 순 없다는 걸 알면서.


쓸거리는 곧잘 떠올라서 호주머니는 무거운 편이다. 문제는 제대로 잘 쓰려다 시작을 못한다. 그놈의 제대로 잘. 호주머니가 축 처진 바지를 입고 있지도 않은 곳(제대로 잘)을 찾아 헤매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제때 쓰지 않은 쓸거리는 상한다. 어떤 글감은 회처럼 잡아서 바로 먹어야 한다. 어떤 건 상하진 않지만 식으면 맛이 덜하고.


반년 넘게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원씽>을 읽고 우선 일에 집중해보려고 했는데 하나에 몰입했다고 하기 부끄러운 날들 속에서 쓰는 리듬을 잃었다. 며칠에 한 번 꼴로 뭐라도 쓰는 리듬, 한 편의 글을 쓰는 동안 그 안에서 생기는 리듬 모두. 여기서 다시 리듬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하나의 음이 음악이 될 순 없지만 음 없인 음악도 없으니까. 일단 건반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입시다. 멜로디를 발견할 때까지.




추신.


저처럼 고약한 성미를 가진 분이 있다면

우리 그저 기세를 이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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