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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16. 2021

네, 일상에서 9 to 6는 지웠습니다만...

익숙했던 직장인의 삶에서 허물 벗고 나온 무모한 창업자



느덧 창업 8개월 기록해 본다.


초보창업자가 8개월을 지나온 시간말 그대로 여러 우여곡절 반복이었다. 그리고 결론은 휴일이 가장 반다는 것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쉬는 날에도 문을 여는  여느 소상공인의 부지런함 같은 것이 나에 없다. 단연코 쉬는 날이 가장 반갑고 좋다!




노는 날이 가장 좋지만 사실 나는 쉬는 날이 없다. 야근, 밤샘은 물론이고, 토요일, 일요일에도 필요하면 혼자 나와 일을 한다. 내가 대표이고, 내가 오너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누렸던 워라벨다.  초보창업자가 되어 느끼는 삶의 무게를 바라보는 질과 양이 직장인으로 살 때와 차원이 다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큰 행운이다 라고 생각하기에 매일이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사실 초보창업자는 한결같이 외롭다고 느낀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지 않으므로, 매일같이 사건사고의 연속이고, 예의 그렇듯 그런 창업 일 년의 어려운 과정들을 나 또한 하나도 빠짐없이 피해 가지 않으며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겨우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양털조끼와 페인트가 곳곳에 뭍어 있는 기모청바지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 우아함 따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가다형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현실이다!


창업 8개월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자면,

약 24개의 크고 작은 리모델링 현장을 계약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시공하였다. 경험도 없는 무모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열정만을 가지고 소화하기에는 없이 힘든 시간이었.


 48평 아파트 리모델링 1억 2천  을 수 없다. 그만큼 공정도 많았다. 숱한 밤을 지새우며 가 할 수 있는 모든 인적자원을 5주라는 시간 동안 쏟아부었고, 공들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 수 있었다. 러면서 배웠고, 경험했고, 소중한 인연도 생겨났다. 


방음 하자없이 한 번에 시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방음부스  국내 1위 업체인 한국방음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예외(!)적으로 우리 현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본부장님과의 미팅을 시작으로 완벽한 시공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해 보았으며, 그런 인연으로 이종화 본부장과는 사소한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떠는 절친으로 전했다.


또한, 이종화 본부장의 소개로 만난 박영구 반장님! 우리 영구 반장님은 꺼이 나의 인테리어 멘토가 되어 주셨다. 초보 인테리어 디자이어가 풀지 못하는 현장상황을 40여년 경력의 목공 반장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든 전화통화만으로도 해법을 찾아주시는 감사한 분을 (멀리 계시지만) 곁에 두게 되었다.




지인 교수님 댁 조립식 패널로 짓는 신축 단독주택 현장에서는 허리까지 오는 드럼통(?)에 목재조각을 넣고 불을 피워 시린 손을 녹여가며 일 해 봤다. 욕실 벽면 단열시공두 번이나 뜯고 다시 해 보기도 했고, 주방 벽면 키친판넬에 흠집이 생겨 여러 방법을 찾다가 결국 덧방을 결정해 시공하기도 했다. 키친판넬 13장 전면 덧방이라니  대한민국 내 유일한 현장을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ㅠㅠ)


신축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시공을 의뢰받아, 분양을 위해 방문하는 모델하우스도 만들어 봤다. 건설 중인 현장이라 창호와 현관문이 없어 각 개구부마다 비닐을 붙여가며 현장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12월 한 겨울에 말이다. ㅠㅠ 추워서 얼어죽을 것만 같은 그 곳에서 부지런히 일도 했다. 생에 그 순간처럼 고된 일도 없었다. 어쨌거나 호텔처럼 실제 침구와 소품,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고, 화장실에 휴지 하나까지 걸어놓는 모든 스타일링과 데코를 책임지고 온전한 현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한 달 공가 매출이 약 1억이 넘는 기록도 세워봤다. 그러기 위해 여러 현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고,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하고 꼬박 굶는 날들은 너무나 빈번하여 이제는 익숙해졌다. 하루 평균 약 백 여통의 전화통화를 하고, 운전 중에 전화업무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워졌다.




같은 부분 도배를  번이나 다시 하면서, 장판을 두 번이나 새로 깔면서 어쩌다 보니 고객과 친해지고 밥을 먹고, 새벽까지 술을 함께 마셔보기도 했.


"대표님이 이렇게 와서 직접 하니까 내가 이 하는 거예요" 라며 미비했던 마감에 불만보다는 새벽까지 해결해 주려는 나의 노력 되려 고마움을 표하는 동갑내기 남자 고객도 있었다. 지인으로 거듭나는 우여곡절의 과정 속에서 감동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껴가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무한책임을 약속하는 시간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을 겪어가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극적인 계기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 많이 성숙해지는 시간들 감사했다.


과분하게도 잘한다, 꼼꼼하다, 친절하다,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등등의 찬사도 들어봤고, 믿을 수 있어서 좋다, 믿고 맡겼으니까 안심하고 있었다 등등과 같은 신뢰를 받아보는 시간들도 있었다. 그와 같은 신뢰와 '마음에 든다'는 고객의 한마디에 먼지를 뒤집어쓰빗자루로 현장을 청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새벽 3시에 짐을 나르던 그간의 설움이 다 날아가는 보람 있는 순간들도 물론 있었다.




아들의 봄소풍을 위해 바쁜 아침에 시간을 내어 만든 도시락! 요즘 젊은 엄마들처럼 기술이 없어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정성만은 가득했다.


매일같이 나를 부르는 대표님, 사장님, 실장님, 매니저님, 뿌쌍님 등등의 여러 호칭들 속에서 나는   아이의 엄도 살아간다.


"애는 내가 맡았으니까 시하는 아무 걱정 말고 너는 일에 집중해"


라고 말씀해 주시는 엄마와 한결같은 묵묵함으로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매튜 아저씨보다 열 배는 더 과묵하신!!!) 하나둘씩 쌓여만 가는 자재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비계를 설치하여 2단, 3단으로 멋진 창고를 만들어 주신 아빠, 이 두 분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 마음을 다진다.


그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시하는 이따금씩 주말에 실측을 같이 가면 이제는 엄마의 줄자 끝을 잡아주기도 한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곳곳에 놓인 줄자를 가지고 놀면서 아직 숫자도 모르는 녀석이


"엄마 이거 오십오 센티야?"


라고 묻는 아이를 보노라면 삶이 참으로 다채롭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같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곱 뗄 시간도 없이 달려 나가는 일상을 살면서 우아하게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이라고는 담을 쌓고 지내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덕분에  또한 가능한 출근이다. 코로나라서 다행이야.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이지만 현장일이 8시부터 시작이니 대부분의 시간들은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 것 당연해졌다. 퇴근시간은 오후 7시이지만 상담이 끝나야 끝나는 것이고, 당일 마감해야 하는 설계가, 또 견적서 쓰기가 마무리되어야 끝나는 것이고, 다음날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완료되어야 퇴근한다.


9 to 6를 벗어났다지만 사실상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없다는 것이 초보창업자의 현실이다. 때때로 직장 생활하면서 편안했던 그 모든 안정감이, 휴일에는 아무 걱정 없이 온전히 휴식했던 그 일상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창업자의 이토록 힘든 고군분투를 후회하지 않는다.


"매출 압박하지 않을 테니 한 달에 하나라도 하나하나 현장마다 제대로 해 나가시면 됩니다. 언제든 사장님을 응원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면 됩니다"


지난 3월에는 여러 현장에서 치이다 너무 힘이 들어 담당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더랬다. 뿌쌍이라는 집에서 육아하던 여자를 발굴하여 이렇듯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창업자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여 주신 원근수 팀장님께서는 역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나의 모든 일상에서 중요한 운영과 멘털 관리를 도와주는 정주영TR! 매일같이 벌어지는 많은 상황들을 함께 공유하, 힘들 때마다 자존감 바닥인 상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너무나 많은 정이 들어 버렸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또한 직원의 퇴사와 재입사, 새로운 직원의 입사, 해고 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직원에게 정을 주고, 정성을 들이고, 아끼고 함께 웃었던 시간들이 공중에 떠 버린 것과 같은 느낌으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어 방황하던 모래알 같은 날들도 있었다. 으로 사다난했던 지난 8개월이다.




창업의 목적은 '정말 좋아하는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제대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어려서부터 물욕보다는 명예에 더 가치를 두었던 터라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얻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매 현장마다 희열도,  좌절도, 보람도, 성취 느껴가며 또, 무지막지하게 힘듬도 견뎌가며 그야말로 존버중이다. 아직까지는 무엇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내 좌우명처럼 '운명처럼 주어진 순간들을 즐기는' 바쁜 일상이 피해갈 수 없는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알 수 있으리라. 이토록 치열했던 나의 40대가 무엇을 만들어 주는지 어느 날 50대가 되면 깨닫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해 주시는 브런치 지인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다가 다가 무 지치면 글을 쓰러 달려올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정말로... 고맙다 브런치!


[사무직의 배신] 연작 다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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