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이의 반항을 대하는 초보엄마의 자세

생에 첫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40개월 아이

by 뿌쌍



아이가 하루 아침에 달라진다면? 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최근 어느 주말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평소처럼 쭉쭉이를 해 주며 아이와 달콤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던 나에게 아이는 말했다.


"엄마 나는 할머니한테 갈 거야"


"응? 엄마랑 같이 가"


"니야. 엄마는 여기 혼자 있어. 나 나갈거야. 어서 문 열어줘"


라고 또렷하게 말하며 서 있었다.


너무나 뜻밖이었다.

아니 얘가 왜 이래? 아니 왜 나와 함께 이 편안한 아침을 즐기려 하지 않고 새벽 댓바람부터 할머니를 찾지? 아니 왜 저렇게 빨리 이 공간에서 나가려고 하는 거지? 나를 싫어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동안 엄마 껌딱지였던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들에 정말이지 숨이 콱 막힐듯한 간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하루아침에 이제는 나를 거부한다고? 즘 들어 반항의 눈빛과 "싫어", "하지마"를 부쩍 말하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변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몹쓸 배신감에 오기가 발동해 아이를 말리지 않고 그러마 현관문을 열어주었더니 스스로 신발을 신고 "엄마 나 황토방에 간다" 하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큰 거지?'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세상 무너지는듯한' 서운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오늘로서 이 세상에 단 한 명의 아이를 내어놓고 키운 지 40개월째다. 내 모든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이 아이를 위해 많은걸 포기하고, 지금껏 내 온몸을 희생하며 죽을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키워왔는데 저 녀석의 행동을 봐랏?


혼자 초초하게 거실을 오가다 안 되겠어서 리퍼를 발가락 끝에 걸린 채 황토방으로 쫒아 가 보니 할머니 품에 안긴 채 손뼉을 치며 TV에 나오는 트로트 경연대회를 보고 있었다.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린 채 문을 열고 서 있는 나를 보고는 '엄마 얼른 가'라고 훠이훠이 손짓까지 한다. 난 갑자기 어디 하나 맘 둘 곳 없는 상태로 2층까지 올라와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한참을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동안 내가 잘못한 일이 먼저 생각났다.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아이를 속상하게 했을 것들이, 아이가 나에게 바라왔을 것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아이가 그동안 엄마가 바쁘다며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놀아주지 않았을 시간들 동안 느꼈을 서운함들을 떠올려 보니 미안한 마음에 심각해졌고 우울해졌다. 이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잘해보고 싶었다. 그 마음이 가장 컸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옆에 있으면 나는 왜 그렇게 해야 할 행동들이 많은지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 하나하나 다 일이었다. 솔직히 바쁘고 귀찮고 반복됨에 지겹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순간 그런 나의 감정을 아이가 알아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뻔한 일에 떼를 쓰기 시작하면 내 인상이 변했을 거고, 하다가 힘들면 소리도 지르고 그랬던 동안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애 둘 친구에게 물어볼까 전화기를 들었다가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차마 우리 모자의 치부(!)를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드러낼 수 없었다.



"언니 요즘 재가 저래. 완전 4세의 미친 반항이라 그러잖아. 내가 재 때문에 요즘 아주 죽을 맛이야"


그렇게 처음 '4세의 반항'이라는 표현을 친척동생에게서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어머머머~ 하며 남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우리 아이는 여전히 보드라운 인상으로 내 눈 앞에서 천사같이 놀고 있었으니까.


친구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아이 얼굴에 '반항'이라고 쓰여져 있다. 최근에 일어난 변화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아이의 저항에 적지 않게 상심하던 차 어느 날 알게 된다. 4세의 반항에 관하여!

아이는 한 해를 넘기면서 2020년 5세라는 한국 나이가 되었다지만 만 나이로는 3세 반, 그러니 4세가 맞다. 그의 생에 첫 반항, 폭풍 질풍노도의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출산 이후 나의 hyper 예민한 감각은 아이를 관찰하고 보살피는데 집중되어 왔다. 그러니 나는 아이의 미세한 차이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최근 툭하면 뾰로통해지는 아이의 반응을 보며 내 마음에 상처가 되는걸 느꼈다. 완강히 거부할 때 보여주는 아이의 행동과 표현들이 그러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역할을 하며 겪어보니 자식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는 부모가 되는 게 보통 속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도 나중에 부모 되어 봐라'라고 했던 친정엄마의 말씀이 불현듯 깨우쳐졌다. 그래서 조부모들이 손주들을 그렇게도 끔찍이 예뻐하는 이유가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올랐다. 손주 덕분에 내 자식이 부모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4세의 반항을 성장에 따른 정상적인 발달단계라고 이해하고 나니 불안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반항을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그 반항 자체가 귀엽게 느껴져 욱하려는 마음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우쭈쭈쭈~ 그랬어요?' 하며 반항하는 아이를 꼭 안아줬다. 그런 나의 반응에 아이는 쉽게 풀어졌다. 순간 폭발위기는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아이와 더 친해지지 위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행중이다!


어쨌든 시기에 따른 반항은 반항이고, 일같이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는 아이와 나 사이에 분명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둘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와야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는 여행 중이다. 사실은 둘이 온전히 함께 보내는 시간 온몸에 사리가 돋나고 있다. 하지만 더 노력한다. 나는 엄마가 처음이니까. 리고 이는 태어나 모든 게 처음이니. 아이도 나도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라는 말을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출산하고 나서부터 오만 걱정이 다 시작되는 바람에 '걱정하는 게 부모야'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영아기를 지나 본격적인 유아기로 돌입해 보니 '노력하는 게 부모야'라는 말로 바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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