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신문이나 우유만 정기구독 하던 시대를 넘어서서 요즘엔 도시락, 커피, 꽃 등 구독으로 안 되는 게 없을 지경이다. 구독서비스는 정기적으로 무엇을 가져다주는 것이 보편적인 의미이지만, 이제는 '정기적인 서비스'를 가져다주는 것으로도 그 의미가 넓어진 것 같다.
내가 임신했을 때 가장 필요했던 구독 서비스는 '비움' 서비스였다. 아이가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할 재활용품을 그때그때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남편이 눈치껏 해주면 좋으련만 (지금은 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남편의 손에 의해 비워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쿠팡맨이 물건을 가져다주듯 '비움맨'이 쓰레기를 가져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이걸 구체화시키지는 못했는데, 작년에 읽은 베스트셀러 <역행자> 확장판에 부촌들의 주택가에서 이런 종류의 사업을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이 실제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또 필요한 구독서비스는 '식물 정기검진'이다. 각종 기념일에 선물로 받거나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오는 식물 등으로 베란다가 꽉 찼다. 나름대로 가지치기도 하고, 분갈이도 하면서 식물을 가꿔주곤 한다.
그런데 이게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각종 청소도우미 앱을 통해 이모님을 만날 수 있듯이, 식물도 정기검진을 해 줄 전문가님을 만나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검색을 해보니 지자체에 연결된 꽃집 등에 화분 1-2개를 가져가면 기초적인 지식을 배우고 원하면 분갈이를 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서비스도 충분히 감사하고 좋지만, 나처럼 아예 제대로 한 번 검진을 받아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식물관리 구독 서비스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 마냥 각종 식물에 대해 잘 알면서, 식물 가꾸기에 취미가 있는 분들이 꽤 되실 것 같다. 그분들의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도 구상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만 옴팡하다가 사업을 하나 시작하는 것보다 우리 집 식물들을 한바탕 뒤집어엎는 게 에너지가 덜 쓰이길래 다 갈아엎었다. 그랬더니 그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내가 시작하려고 했더니 동력을 잃었다. 나 대신 누가 좀 시작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