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산공원 Aug 12. 2024

반여름방학 첫날

올해는 반반 여름방학을 하기로 했다. 이리저리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서 이주정도를 여름에, 이주정도를 가을방학을 보내기로. 일도 탈탈 털어내지 못하고 약간의 숙제를 가진 채로 여름방학의 시작.

그래도 방학이라고 금요일 퇴근부터 신이 났다. 똑같은 주말을 보내는데도 방학의 냄새가 솔솔. 아, 내일은 출근 안해도 되는구나! 아이패드에 동그라미를 커다랗게 그려 눈금으로 쪼개고 방학생활 계획표를 세웠다. 8시. 일어나서 아침 스트레칭. 아침 살림. 9시 디넌가기. 오전에만 일하기. 12시. 집에서 밥먹기. 13시. 도서관 가기. 17시. 수영이나 요가. 18시. 밥먹고 저녁 살림. 20시. 맥주마시고 일기쓰고 마구놀기. 세상에 이것보다 잘 만든 생활계획표가 있을까. 이 와중에는 대대적인 청소, 도톰하고 옹골진 책 두 권 읽기, 미루고 미룬 글쓰기도 있다. 이것들을 할 시간은 시간표 어디에도 없으니 어딘가 어긋나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여름방학. 

하루를 살뜰히 보내고도 수행하겠다는 마음 받들어 성실하게 맥주를 마시고 일기를 쓰는 여름 방학 1일 차. 


매거진의 이전글 도숙자의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