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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May 04. 2024

창업일기 3장 2화

초기의 시련

P는 일단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회사의 꼴은 만들었으나 감나무에서 홍시 떨어지듯 돈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 본업이 있었기에 당장 먹고살기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양성자치료기를 한국에 도입하려면 개발국인 일본에서 먼저 제조판매허가를 취득해야 하고 1호기를 설치해야 했다.


그래야 그 허가서류를 근거로 한국에서도 허가취득을 시도할 수가 있으며, 암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에 소개할 수가 있었다.


이런 일들은 최소 3~5년은 걸리는 일정이었기에 중장기 프로젝트로 적합하였다.


그렇다고 마냥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었기에 다른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기 시작하였다.


코로나19의 파동에 따라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회상회의로 접촉할 수는 있었다.


P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지인을 통해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물질을 일본에 상용화하는 안건을 소개받아 연결해 주거나 한국 제약 기업에 연계 추진,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도 검토해 보았.


그리고 일본의 컨설팅 회사나 연구센터에서 제시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seeds의 한국 도입도 타진해 보았다.


KDRA(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소개해준 여러 비즈니스가 전망이 좋을지도 하나씩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 벤처기업이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유망한 제품의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도 있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중에는 아날로그 제품도 있었지만 양성자치료기 못지않은 첨단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의 추진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중개업무에 불과한 컨설팅 비즈니스는 그냥 사람 은 복덕방 아저씨의 이미지와 다름없었다.

잘하면 자선사업가로 나설 판이었다.


사람들은 거저 정보를 얻고자 하였고, 제품이 팔리기 전까지의 노력과 열정, 투자한 시간과 수고로움을 돈으로 지불하려 하지 않았다.

응당 도와줘야 되는 당연한 일로 치부하였다.


우리나라는 컨설팅 업무에 크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듯했다.


두 회사가 일이 잘 되도록 해주려면 수없이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고, 화상회의를 주도하고, 회의마다 통역을 해주고 수시로 수십 페이지의 자료도 번역을 해줘야 했는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회사나 기구에 대한 소개자료의 번역과, 제품이나 아이템을 설명하는 자료의 번역이 우선시 되었고, 또 내용을 이해해야 원활한 통역도 가능하였다.


틈나는 대로 회사와 제품 공부에 매달려야만 설명이 가능했다.


평일 밤이나 주말에 컴퓨터로 작업하며 눈을 비벼가며 모니터를 응시해야 했다.


동그랗던 눈은 점점 좁아져서 실눈이 되어갔고 시력이 감퇴되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 끝에 통증이 찾아왔고 거북목이 심해졌다.


돈은 벌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소모되고 몸도 피곤해졌다.


보다 못한 P의 아내는 그만 때려치우고 쉬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P는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언젠가 정식으로 리타이어를 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텐데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무작정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돈 10만 원을 주겠다며 선뜻 도와주지는 않았다.

그만큼 현실은 냉혹하였다.


하지만 점점 내공이 쌓여갔고 시야가 넓어져 갔다.

의료와 헬스케어라는 단어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진단키트, 줄기세포, 치과 의료기구, 디지털헬스, AI 등의 영역까지 P의 작아진 눈에 포착되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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