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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May 08. 2024

창업일기 3장 3화

컨설팅 실패 사례

다음은 P가 겪은 컨설팅 실패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어떤 중소기업이 일본 쪽 물건을 한국이나 중동에 소개해줄 수 있느냐며 P에게 연락해 왔다.

코로나 시기에 어렵게 시간을 맞춰 마스크 쓰고 회의하고 식사까지 하였는데, 그 뒤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확인해 보니 갑자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진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주는 게 예의일 것 같았다.

보통 아무 말도 없이 서너 달 흘러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어떤 의료기기를 개발한 중소 벤처기업에서 일본에 진출하고 싶다며 지인을 통해 P에게 연락이 왔다.

두 번이나 만나서 회의를 하였고 계약서 양식까지 보내와서 서명하고 보냈는데,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보내주겠다던 자료도 주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다른 업체와 추진하기로 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겠단다.

P는 가슴에 멍울이 졌다.


어떤 중견 바이오기업은 정부 과제를 따려고 마감에 임박하여 급히 지인을 통해 P에게 SOS를 치며 연락해 왔다.

일본의 2개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한일 공동연구팀으로 소개하고자 한다며, 사흘 이내에 일본 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자료를 요구해 왔다.


게다가 MOU(정식 계약 체결에 앞선 양해각서)를 맺어야 한다며 울상이었다.  

도대체 그 까다롭고 의심 많은 일본의 어느 기업이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 기업에게 회사 정보를 쉽게 알려주고 양해각서에 서명을 해주겠는가?

그것도 사흘 안에 말이다.


하지만 P는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몇 번이나 국제전화를 해대며 사정하고 읍소하여 아등바등 기일에 맞춰 MOU까지 맺도록 해주었다.


MOU는 양사 대표의 서명까지 들어가야 하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P의 변과 설득으로 간신히 성사시켰다.

하지만 2주 뒤에 발표된 심사결과는 탈락이었다.


그 회사는 제출자료의 미비한 점이 원인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며, 내년을 기약하자는 이메일 연락만 해왔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시간이 없다며 웃선에서 나서 닦달거리고 재촉할 때는 언제이고, 막상 탈락하게 되니 아랫사람 시켜서 이메일 석 줄로 굿바이였다.


정부에서 출연받은 자금으로 바이오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기관)를 표방하던 중견 상장기업이었다.


한국 측과 연계하여 공동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는 기대감과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다는 꿈에 부풀어 양해각서에 서명까지 해준 일본 기업의 대표들에게 P는 연신 허리를 굽혀 사과하느라 진땀을 뺐다.


물론 이듬해에도 한국 기업의 연락은 없었고 MOU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P는 두 일본 기업 대표에게 평생 빚을 지게 되었고 가슴에 멍이 들었다.


어떤 희귀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국 업체와 공동연구를 해오던 일본 기업이 있었다.

이 일본 기업에서 일본의 허가심사 당국에 제출할 여러 자료와 서류를 한국 측에 요구하면 도무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기한에 쫓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참다못한 일본 측 대표가 사람을 소개받아 P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화상회의로 간단히 면접을 보더니 계약을 하자고 하였다.

같은 한국사람끼리 붙여놓으면 소통이 원활해질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간신히 연결된 한국 측 경영진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기업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제삼자를 통해 통번역을 맡기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고, 중재역할은 불필요하다며 거부를 하였다.


그래도 끈질기게 설득하여  번의 화상회의를 성사시키고 통역을 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달래가면서 끌고 갔지만, 워낙이 한국 측 대표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밑의 임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핑계만 대고 회의를 무마시켰다.

급기야 일본 측 사장이 계약을 파기시켰다.

용도폐기였다.

P는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중개업은 복덕방이 대표적인데, 우리네 복덕방은 양쪽에서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P가 몸담은 의료업계는 수익자부담원칙이 적용되는지 몰라도, 보통은 매출이 발생하여 돈이 들어올 회사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것도 매출 인보이스가 발행되어 입금확인이 되어야 수수료 몇 %를 주겠노라는 계약이 태반이니, 언제 발생될지도 모르는 매출일까지는 아무런 기약도 없이 죽도록 고생만 해야 했다.


내는 수업료도 없고, 받는 대가도 없는 컨설팅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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