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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May 18. 2024

창업일기 4장 1화

반려동물 알례르기 진단 비즈니스

P가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하여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비즈니스 제안을 받거나 연락이 면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물론 우리피차일반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특히 일본에는 사무라이 시절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는 의심 많은 문화가 흐르고 있다.

갈라파고스 섬나라 민족은 쉽게 외국 사람들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그래서 P는 일본에서 알레르기 진단 키트와 반려동물 사업에 연관이 있는 기업을 소개해 줄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


먼저 사람에 대한 알레르기 진단 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 P가 생각해 낸 사람은, 당시 한국 기업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던 일본 측 회사의 사장이었다.


회사의 사장인 U는 대단히 발이 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언제든지 P가 일본에서 펼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자신을 통해서 도움을 요청하라면서 쾌히 문을 오픈해 놓은 호의적인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의 카카오톡만큼이나 유용하고 일반적인 소통수단인 Line을 일본의 지인과 개설하기는 쉽지 않지만, P는 벌써부터 U와 Line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U는 상당히 서구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으며, 사람과 사람, 또는 비즈니스와 비즈니스의 다리를 놓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P는 고민을 거듭하다 U를 떠올렸다.


어느 날 개인적인 일로 도쿄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마침 U와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느냐고 요청했더니, 도쿄 중심가에 있는 일미(日美) 비즈니스 사교 클럽인 외교센터에서 의료 관련 런치 세미나가 있으니 여기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면서 인맥을 쌓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P는 시간에 맞춰서 가 보았는데, 미국인과 일본인들 사이의 교류회였고, 참석자 거의가 기업의 대표나 중역들, 또는 대사관 상무국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한국인은 P 혼자였다.


다행히 U는 많은 일본인 참석자들 중에서 알레르기 키트에 관한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그 비즈니스를 알고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줄 만한 컨설턴트를 두 명이나 인사시켜 주었다.


P는 일단 그들과 접촉하여 일본에서의 알레르기 진단 키트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두 명 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고 의료 쪽에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컨설턴트였지만, P가 찾는 일을 도와주겠노라고 약속하였다.


한국에 귀국한 이후 정식으로 이 메일을 보냈더니, 한 컨설턴트는 자신이 직접 이 안건을 맡아서 진행하겠노라며, 자신을 일본의 대표 에이전트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런데 그가 제안서에 기재한 업무추진비는 매월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일을 의뢰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웠기에 P는 고민고민하다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해외의 알레르기 진단 키트를 일본에서 허가등록한 경험이 있는 약사 출신의 개발 전문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자기들 팀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자고 하였다.


P는 한국 알레르기 키트 개발사를 방문하여 이 회사가 먼저 P의 회사를 일본 진출의 파트너로 임명하여 업무위탁계약을 맺도록 제안하고, 그 후에 한국의 개발사와 일본 회사가 계약을 맺는 삼자계약을 주선하였다.


이러한 계약을 기 위해,  세부내용에 대해서 하나하나 협의하느라 무려 반년이 걸려서야 계약서가 완성되었다.


기본적으로 일본 측은 일이 다 성사되어서 매출이 발생했을 때의 성공보수도 좋지만, 성사되기까지의 노고에 대해서도 매월 일정액의 수수료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개발사 대표고집스럽게 응하지 않았다.

그는 연구소 출신으로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자부심을 가진, 신념 있는 오너였다.


마침 도쿄에서 개최되는 국제전시회에 한국의 대표를 동반하여 일본의 컨설팅 대표와 서로 만나서 상견례를 하고 면담을 거듭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계약이 성사되었다.


일본 측은 평상시의 일상적인 도움에 대해서 한국 측이 일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조건, 즉 자신들이 무보수로 일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고 있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물론 P가 그들을 어르고 달래고 설득하여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끔 만들었지만, 세부 조건을 놓고 설득하느라 초봄의 차가운 날씨임에도 속옷이 젖을 정도로 진땀을 빼야 했다.

모든 것은 돈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일본 컨설턴트들은 일본 내의 알레르기 진단 키트 비즈니스이미 진출해 있거나 신규 사업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회사 중에서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찾아봐 주었다.


무려 20여 개의 회사와 접촉을 하여 면담내용을 보고서로 보내주었는데, 그중에서 유망한 회사를 세 개로 좁혀서 각 회사와 한국 개발사와의 화상회의를 주선해 주었다.

P는 이 모든 회의에 참석하여 미리 자료를 번역해 주고 통역도 해 주었다.


한국의 개발사가 갖고 있던 제품은 적은 혈청 량으로도 120개가 넘는 알레르겐(알레르기 항원으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이었으나, 문제는 일본의 까다로운 의료보험제도에서 다수의 항원 측정이 그에 상응한 적절한 의보수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게다가 여러 견해 차이가 발생하여 쉽게 진전이 되지 못하였다.


3개의 회사에서 2개로, 2개사에서 1개로 좁혀서 담판을 지으려 하였으나, 일본 특유의 결정장애증후군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은 자꾸만 미뤄져 갔다.

결국은 최종단계에서 '보류'로 넘어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이 신규 비즈니스 진출에 신중한 탓이었다.


P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게 된 마케팅 인맥을 동원하여 본사의 진단사업부 부장을 연결해 보았다.


본사에서도 진단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알레르기 진단 키트에 대한 비즈니스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으나 한 달간 검토 후 나온 결과는, 본사의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이었다.


이미 퇴사한 P에게 사업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그들의 냉혹함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P단념하지 않았다.

본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다 그만두고서 체외진단사업전문 글로벌 기업의 미국 지사장으로 가 있는 지인을 찾아내어 연락을 취하였다.


이 사람은 P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며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였고, 알레르기 진단 키트를 검토해 줄 신규 프로젝트 추진 부서를 소개해 주었다.


이 부서와는 몇 번이나 화상 회의를 거듭하면서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를 하고 한국 개발사의 수많은 자료를 번역하여 전달해 주거나 직접 설명을 해 주었는데, 해를 넘기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모든 회사마다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잣대를 동원하여 신중하게 판단을 하기 마련이었는데, 일본 기업들그 과정이 엄격한 편이었


과연 이 비즈니스에 얼마를 투자해야 성공을 거두게 될지, 또 성공했을 때 회사에 얻어지는 수익이 얼마 일지, 언제쯤 이익이 나는지 등을 예측하는 작업에 있어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였고, 여기에서도 ‘보류’라는 답변을 받았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류'라는 말은 완곡한 의미'거절'이었기에 체념해야만 했다.


P는 일본에서 의료개혁가로 소문난 교토대학 명예교수 F를 접촉하였다.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만 5605명이나 발생하였다고 들었지만, 어떤 의사나 어떤 단체에서도 이 사망 원인에 대해 당국이나 미국의 거대 제약사에 인과관계를 규명해 달라는 법적 제소나 기자회견을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에 교토대학 명예교수 F는,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수없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명이 없는 것에 대해서, 그 사망원인과 인과관계를 규명해 달라고 일본 정부(후생성)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가 명백한 책임을 도록 기자회견까지 하며 투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정의감이 강한 의료개혁가였는데, P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 시절부터 그가 센터장으로 일했던 의료개혁기구와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 명예교수에게 일본에서 괜찮은 회사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해보았다.


F는 흔쾌히 수락을 하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인맥을 동원하여 일본의 대형 진단사업 회사와 알레르기 진단 키트 전문 회사를 찾아주겠노라고 하였다. 

그 연결선상으로 일본 대기업의 계열사도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제품라인과 한국 제품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고, 역시나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쉽게 결정을 짓지 못하였다.


P는 사람에 대한 알레르기 진단 키트에 있어서는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는 기존의 벽을 뚫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과연 통곡의 벽으로 남을 것인가?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진단사업은 시간을 두고 더 알아볼 일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알레르기 진단 사업은 사람에 대한 접근보다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애완동물 전문 회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마침 P가 다녔던 그룹의 지주회사에는 6개의 계열사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반려동물을 취급하는 자회사를 거느린 상장사 하나 있었다.


알고 보니 자회사는 이미 한국에 반려동물 용 제품을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P가 접촉하기에는 수월해 보였다.


다만 이 회사의 누구랑 어떻게 연락을 해서 대화를 해야 지를 몰랐기 연결고리, 즉 창구를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였다.


P는 key person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또다시 모든 인맥을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현재가 힘들다고 해서 미래도 계속 힘들라는 법칙은 없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 한 인간은 위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사나이 P가 그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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