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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May 22. 2024

창업일기 4장 2화

반려동물 비즈니스 스타트

P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는 지주회사가 있었다.

이 지주회사는 전 세계 200개의 회사를 관리하고 있었고 5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의 인적 교류에도 힘쓰고 있었다.


2010년에 상장한 지주회사는 모든 자회사의 통합을 꾀하고 있었는데, 여기 사장은 사원에서 출발하여 CEO까지 올라간 사람으로, 오너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사장은 세련된 여비서를 두지 아니하고 본인과 동갑내기의 나이 든 남자를 비서실장으로 쓰고 있었다.


이 비서실장 M은 과거 P가 한국 지사에 근무했을 때인 30년 전에 만났던 사람으로, 당시에는 인도의 지사장 신분이었다.


M은 미국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글로벌한 업무 흐름에 해박하였고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또한 매우 진중하며 의리도 강한 사람이었다.


P가 마지막까지 모셨던 회장님과도 매우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급거 회장님이 서거했을 때는 진심으로 슬퍼하였으며 직접 애도문을 전해주며 영면을 기원해 주었다.


P는 이 지주회사의 비서실장이야 말로 200개나 되는 모든 자회사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P는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지주회사 밑에 소속되어 있는 한 상장사를 찾아냈고, 그 산하에 있는 반려동물 회사도 발견해 냈다.


P가 주목하였던 회사는 일본 내 반려동물의 여러 분야에 있어서 1위 제품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을 정도로 꽤나 지명도가 높은 회사였다.

한국에도 일부 제품이 진출되어 사용되고 있었고 직구 구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P는 M에게 연말 인사를 보내면서 반려동물 회사를 소개해 줄 수 있겠느냐고, 정중히 요청하였다.


M은 답변의 연하장을 보냄과 동시에 새해가 밝으면 회사를 찾아보고 연락 창구를 알아내서 알려 주겠노라고 약속하였다.


해가 밝자마자 M이 반려동물 회사 대표인 N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면서, N에게는 한국 지사에서 근무했던 P가 애완동물에 관한 연락을 할 것이니 성실히 대응해 줄 것을 부탁하였노라는, 친절한 답신이었다.

역시 변치 않는 의리의 M이었다.


P는 용기를 내어 M이 소개해 준 반려동물 회사의 사장에게 이메일을 썼다.


한국에 알레르기 진단 키트 전문회사가 있는데, 한국에서 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는 사람용 제품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알레르기 키트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에서 이 키트를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시간이 되면 한번 화상회의를 열어서 서로 상견례를 하고 이 비즈니스의 앞날에 대해서 방향성을 정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의 연락을 해보았다.


바로 그다음 날 N은 연락해 줘서 고맙다며, 즉시 화상회의를 열자고 화답해 왔다.

N은 M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N과 마주하게 된 P는 한국의 알레르기 키트 개발사 대표와 담당 임원, 그리고 담당자를 초청하여 일본 측과 3자 회의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국 개발사 입장에서도 일본이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마침 이 회사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일본 진출은 여러 의미에서 IPO에 호재로 반영될 것이라고 낙관하였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어필하고자 하였다.


일본 측도 의료의 영역인 애완동물용 알레르기 키트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자신들과 같은 반려동물 전문회사에서 알레르기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양사는 화상회의를 거듭하며 제품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조금씩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하나의 제품으로 한 나라의 문을 열어젖히고, 애완동물의 의료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발생률이 30%에 달하였으니 틀림없이 수요가 있을 것이다.


회의가 진전되자 봄에 있는 일본 반려동물 국제 전시회(Interpets)에 한국이 참석하여 양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기로 약속하였다.


한국 측 대표와 관계자들이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하여 이 전시회에 참석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전시장에서의 홍보뿐만 아니라, 양사 대표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나가면 앞으로의 비즈니스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였다.


모처럼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P는 이 나서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하였다.


간단히 알레르기 진단 키트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강아지용과 고양이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또 측정 항목도 100가지가 넘기 때문에 각 알레르겐과 측정키트의 원리, 판독기를 소개하는 자료를 번역하여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았지만 P는 주말이나 밤에도 일감을 집에 가져왔다.


드디어 벚꽃이 아직은 남아있던 3월 순이  도쿄에 있는 빅사이트(Big Sight)에서 대규모 반려동물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P는 한국의 개발사 대표와 임원 그리고 담당자와 함께 도쿄를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가본 사이트라고 하는 전시관은 우리나라의 코엑스보다 더 크고 넓어 보였다.


구석구석 애완동물과 관련된 전시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히 애완동물이 가지고 노는 완구나 먹는 사료, 영양제 등에 관련된 제품뿐만 아니라 동물이 사망했을 때 장례와 관련된 전시관도 엄청나게 많음에 놀랐다.


사람이 동물로 바뀌었을 뿐 우리 인간과 관련된 모든 일은 애완동물에도 다 연관이 있는 것들이었다.

애완동물 뷰티 산업도 엄청나게 번창해 있었고, 이제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소중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P는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기 때문에 애완동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지만, 앞으로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볼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다.


이 영역의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한, 그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야만 일에 임할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현실을 통감하였다.


N과 마주하게 된 미팅은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3시간 넘게 진행되었고, P는 통역에 열중하느라 스테이크를 썰 시간도 없었다.


P는 도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개발사의 대표와 동석하여, 일본 회사의 입장요구사항, 그동안 주고받았던 모든 내용을 요약해 주었다.


그쪽 대표와 만났을 때에 어떤 내용을 논의하였고 이번 기회에 무엇을 얻었는지도 서로 되짚어 보며 앞날을 상의하였다.


이윽고 비행기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도착하였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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