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사랑이 거봉 Jan 08. 2024

나 자신부터 변해야 산다.

어느 무더운 날의 교훈

[내가 젊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하나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와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아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런 나를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를...]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에 적힌 글'이라고 합니다.


어제는 점심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오한과 발열이 반복되더군요.

업무차 방문한 외국인 셋을 데리고 그저께부터 인솔 겸 통역을 하고 다녔는데, 어제 오후 일정은 가장 중요한 글로벌 미팅이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통역을 시작하였는데, 나도 모르게 에어컨 바람이 등골을 파고들더니 온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어요. 간신히 미팅을 종료하고 났더니 양복을 걸친 몸임에도 오한이 심해서 뜨거운 햇볕을 쐬러 밖에 나갔지요.


영문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는데, 회의에서 질의응답이 미진했다고 생각한 참석자 두 명도 밖으로 나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어댔습니다.


나는 몸상태가 곧 병원을 가야 할 정도였지만 꾹 참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상당히 중요한 제안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밖에서 30분의 대화는 한 3년쯤의 시간으로 느껴집디다.


간신히 주차장에서 차를 타는 순간, 몸이 옆으로 쏠리며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신열이 느껴지더군요.


저녁식사 일정을 동료에게 부탁하고, 얼른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편두통이 심해지더니 숨이 가쁘고 몸은 오한과 발열을 반복하면서 몽둥이로 얻어맞은 처럼 몸살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코로나19 감염치료 후 석 달이 넘었고 열이 38도가 넘으니 음압격리실로 격리부터 시키고, 열과 혈압 체크, 채혈, X선 검사, 코로나 검사 등을 하면서 수액제 2팩을 꽂더군요.


팔뚝에서 제대로 혈관을 못 찾은 어린 간호사가 팔등을 찔러대는 실수를 참아내고, 간신히 수액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불현듯 잠이 들었습니다.


1시간 후에는 코로나19 음성이니 안심하라는 연락이 왔고, 2시간 후에는 두통이 가시면서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몸은 추워서 양복 겉저고리로 덮고, 그 위에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끙끙대며 앓았습니다.


3시간 넘게 음압격리실에서 나 홀로 격리되어 있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인데 요즘 너무나 무리를 했구나...

나의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과로에 빠뜨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었구나...

자책의 연속이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퇴원조치를 해주더군요.

집에 오는 택시에서 보이는 밤풍경이 전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다시 상념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는 몸이 정말 옛날 같지가 않구나...

숙면을 꼭 취해야 하는데 수면부족의 연속이라니...


술도 적당히가 아니라 이제는 끊어야겠구나.

단기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구나...


일과 휴식사이에는 조화가 필요한데, 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겠구나...


아침부터 밤까지 몸과 뇌를 혹사시키더니 결국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나는 철인 28호도 마징가제트도 아니구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귀가했고, 다행히 오늘 아침까지 6시간은 숙면을 취했습니다.

오늘도 일정이 9시부터 시작되는데 어떡하지...

그래도 이불을 박차고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환갑이란 나이가 왜 있고, 정년이 왜 있을까요?

나이 60을 넘기면 적당히 쉬면서 살라는 뜻이겠죠?


앞으로는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전에, 먼저 나 자신부터 변화시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22. 7. 8


*이미지: 네이버 참조

이전 25화 나무를 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