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 고모 삼촌들이 60대라고 하면 저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고, 설마 내가 그런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원히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불멸하지 않다.
진시황도 세종대왕도 노무현도 DJ도 YS도 전두환이나 노태우도 죽었다고 느꼈을 때 나는 그것조차 그들만의 이야기이고, 나는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약과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아 모든 인간의 생로병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며 거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는 의약품의 역할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약은 일단 몸에 들어가면 이물질이고, 체내에 들어가서 약효를 발효함과 동시에 수많은 부작용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입사 초기의 교육이 떠오른다.
질병에 걸리면 필수불가결한 이물질이 의약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장수와 불로에 집착하고 약에 의존하는지 생각해 본다.
감기 하나 걸려도 한 알만 먹으면 낫는 약은 아직도 없다.
제약기업은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해서 신약을 만들어 내고, 그것의 효과를 마케팅하며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수 조 원을 벌어들이는 약이라 해도 단 한 방에 질병이 완치되는 약이란 아직도 없다.
내가 30여 년을 모셨던 우리 회장님은 90세를 넘겼어도 약을 좋아하지 않았다.
약학과 의학을 전공하셨던 분인데도 아이러니칼 하지 않은가 말이다.
의약품 전문가이니 약을 제일 잘 아는 분이 약을 선호하지 않다니...
회장님은 오히려 약물의 부작용을 염려할 뿐 어디가 아파도 선뜻 약을 복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 수수께끼는 간단하다.
그분의 지론은 평소에 섭생을 잘해서 일정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이지, 약을 먹을 지경까지 몸을 망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 장수비결로 꼽히는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거나, 친구가 많다거나, 백년해로의 배우자도 없다.
운동도 싫어하고 친구들은 벌써 타계했고 배우자와도 25년 전에 사별했다.
비결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소식하기: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에서도 고기 다섯 점에 된장찌개로 끝.
식초 즐겨 먹기: 웬만한 무침은 식초를 찍어 먹음.
숙면: 졸리면 바로 잠을 자기. 억지로 잠을 쫓지 않음.
음주: 술을 가까이 하기는 했으나 과음하지 않았음. 폭탄주는 석 잔까지.
자세: 절대 서두르지 않고, 절대 무리하지 않기.
치아관리: 90세까지 본인 치아를 사용, 의치도 없고 틀니도 없었다.
사고방식: 우유부단하긴 했지만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자세 유지.
공사: 철저한 일과 사생활의 분리.
젊은이들과 어울림: 주말에도 번화가를 가보고 패션의 기준은 중년에 맞춰 있지 노년의 패션이 아님.
젊은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었고 젊은이들을 곁에 두고 늘 어울리고 살았음.
결론은 생활습관과 사고방식, 평소의 섭생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했던 분이 백신을 5차까지 맞았음에도 올 4월에 코로나19에 걸려 고생하였다. 그 후유증으로 폐렴과 함께 연하장해가 오고, 운동부족으로 걷지를 못 하더니 덜컥 쓰러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