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펴면 비로소 자유
- '무소유'보다 '무집착'
그동안 내 손은 뭔가를 꽉 쥐고 있었다.
명함을 쥐고, 자격증을 쥐고, 관계를 쥐고, 기억을 쥐고, 욕망까지 꼭 쥐고 있었다.
마치 그것들을 놓치면 내가 사라질 것처럼 불안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쥐면 쥘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잡을수록 손은 더 아파왔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이토록 꼭 쥐고 있는가.’
살다 보면 자연스레 번뇌가 생긴다.
내가 못 이룬 것, 남이 가진 것, 나를 떠난 사람, 사라진 기회...
그 모든 것이 마음속에서 자라고,
어느새 집착이 되어 삶을 휘감는다.
집착은 처음엔 의미 있는 애착처럼 보인다.
그러나 점점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든다.
깨달음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꼭 이걸 가지고 있어야 할까?”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니,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
‘내가 옳다’는 아집,
‘이 관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미련...
하나씩 내려놓을 때마다 내 안에서 공간이 생겼다.
그 빈 공간에 비로소 평온이 찾아 들어왔다.
자유는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무소유'가 아니라 ‘무집착’이다.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지더라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요즘은 종종 손을 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무언가를 꽉 쥐고 버티는 손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게 두는 손.
받아들이고, 보내고, 기다리는 손.
그 손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살면서 가장 지혜로운 손은,
무언가를 움켜쥐는 손이 아니라,
비워낼 줄 아는 손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아기로 태어날 때는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은 풀려 있으리라.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 말씀이 떠오른다.
'당신이 태어났을 땐
당신만이 울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