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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고개

비뚤어진 건 자세일까 마음일까

by 글사랑이 조동표

삐딱한 고개

- 비뚤어진 건 자세일까 마음일까?


최근 우연히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사진을 봤는데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삐딱한 고개로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예전에, 회의실 구석에서 늘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앉는 후배가 떠올랐다.

처음엔 의자가 불편한가 싶었다. 목이 뻣뻣해서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가끔은 정자세로 앉는 게 더 불편해요. 왠지 나 아닌 것 같달까요.”


그 말은 단순한 습관의 변명이 아니었다. 똑바름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기준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더 큰 불편일 수 있다는 외침 같았다.


- 바름이라는 이름의 틀


우리는 늘 ‘바르게’ 앉고, ‘곧게’ 행동하며, ‘정면’을 바라보라 배워왔다. 학교에서는 자세를 교정당했고, 사회에선 ‘정석대로’가 미덕이었다. 하지만 그 ‘바름’은 누구의 눈금일까. 꼭 정면만이 옳은 걸까.


카페 한쪽에서 숙제를 하던 아이가 떠올랐다.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연필을 잡더니, 선생님이 알려준 방식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자를 써 내려갔다.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그 눈빛만은 즐거움으로 반짝여 보였다. 그 순간 깨닫는다. 때로는 삐딱한 자세가 오히려 자기다운 길을 여는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 삐딱함이 필요한 이유


삐딱함은 늘 부정적인 것일까?

꼭 그렇지 않다. 균형 잡힌 세상은 사실 조금씩 다른 시선이 모여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각도로만 고개를 들면, 세상은 단조로운 평면이 된다.


버스 창가에 앉아 고개를 기대면,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들어온다. 길모퉁이의 오래된 간판, 골목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고개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갔을 풍경들이다.


삐딱한 사람은 어쩌면 우리 대신 옆을 보는 사람이다. 정면만 바라보는 사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


- 자세와 마음


물리적으로는 단순한 피로의 표현일 수도 있다. 목이나 눈, 귀가 불편해서, 혹은 오랜 습관이 굳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엔 마음의 태도도 숨어 있을 것이다. 지루함, 불만, 혹은 방어...


살다 보면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땐 괜히 고개를 돌리고 싶어진다. 세상이 나를 똑바로 보지 않으니, 나도 굳이 정면을 응시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 비스듬히 본 세상


문득 나도 고개를 조금 기울여 앉아본다.

자세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익숙하던 풍경이 낯설 만큼 새롭다. 창밖의 가로수, 맞은편 사람의 표정, 심지어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조차 다른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삐딱한 고개로 본 세상은 오히려 더 선명하다.

어쩌면 고개를 삐딱하게 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용기를 내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구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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