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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고추가 주는 메시지

반듯한 고추와 뒤틀린 고추, 그리고 우리 인생

by 글사랑이 조동표

두 개의 유기농 고추가 주는 메시지

- 반듯한 고추와 뒤틀린 고추, 그리고 우리 인생


오늘 아침, 텃밭에서 따온 고추 두 개를 마주 보았다.

하나는 곧게 뻗어 반듯했고, 다른 하나는 한 바퀴 몸을 틀어 구부러져 있었다. 같은 종자에서 자라난 고추인데도, 이토록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니 신기했다. 아마 햇볕을 덜 받았거나, 옆 고추와 부딪히며 자리를 내주었거나, 혹은 바람의 방향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순간, 이 두 고추에서 사람의 인생이 겹쳐 보였다.


- 반듯한 고추, 평탄한 인생


반듯하게 뻗은 고추는 마치 정해진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간 인생 같다. 좋은 환경을 만나 큰 굴곡 없이 자라난 삶,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살아온 삶이다. 안정적인 직장, 무난한 관계,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길이 반드시 화려하지는 않아도, 곧고 단단하게 뻗은 모양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 뒤틀린 고추, 굴곡진 인생


그러나 옆의 구부러진 고추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햇볕을 덜 받아 기울었거나, 이웃 고추에 치여 몸을 비틀며 겨우 자라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결코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흔적이 남아 있기에 더 특별하다. 굴곡진 인생은 실패와 상처, 좌절을 피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강인한 내면을 품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기에 뒤틀린 삶일지라도, 거기에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응축돼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누군가에게는 용기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웃음과 배움이다.


- 같은 씨앗, 다른 삶


두 고추는 같은 씨앗에서 시작됐다. 출발은 같았으나, 살아낸 과정이 달랐을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태어나지만,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며 서로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


반듯하든, 뒤틀리든, 중요한 것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햇볕을 많이 받았든, 옆에 치이며 고생했든, 결국 한 계절을 버티며 열매를 맺은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귀하다.


두 개의 고추를 접시에 올려놓고 다시 바라본다. 하나는 반듯해 보기 좋고, 다른 하나는 굽어져 재미있다. 하지만 둘 다 식탁 위에서는 똑같이 매운맛을 내고, 똑같이 밥을 맛있게 해 준다.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곧게 뻗은 인생이든, 뒤틀린 인생이든, 결국은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삶을 더 깊고 맛있게 만드는 양념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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