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로운 사랑

아버지의 마음

by 글사랑이 조동표

가장 외로운 사랑

- 아버지의 마음


어릴 적 내게 아버지는 늘 말수가 적으셨다.

세상일로 바쁘시고, 집안에서는 묵묵히 신문을 읽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렇다고 해서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골목의 자갈을 치우며 길을 고르시고, 책상에 엎드려 자던 나를 이불 위에 눕혀주셨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놓으시고, 좋아하는 책을 구해주시던 그 손길 속에서 나는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아버지는 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행동으로만 사랑을 보여주셨다.

어린 내가 그것을 다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뒤돌아보니 그 순간들은 모두 아버지의 말 없는 사랑이었다.


- 술잔에 비친 눈물


아버지가 술을 드실 때면, 어린 마음에도 왠지 그 시간이 외롭게 느껴졌다.

허허로운 웃음소리 너머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기신 듯한 눈빛.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쯤 고여 있었음을, 이제야 이해한다.


아버지는 가족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먼저 떠나신 어머님의 무덤 앞에서는 통곡하셨다.

그리고 어깨 위에 얹힌 무게를 혼자 삼키며 살아내셨다.

그래서일까.

시인 김현승의 시처럼,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구절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 나 역시 아버지가 되어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자리에 서 있다.

아이들을 위해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잔잔히 그들의 앞날을 걱정해 왔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쩌면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기에, 가족은 오늘도 아버지라는 이름에 기대어 살 수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맑은 웃음은 내 하루의 무게를 씻어 주었다.

그 웃음을 바라볼 때마다, 나 또한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결국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자리는 가장 외로운 자리이자, 동시에 가장 따뜻한 자리.

보이지 않는 눈물 속에서도 웃음을 보이고, 천근의 무게 속에서도 사랑을 건네는 자리.


- 아버지의 마음


독립한 아들과 해외에 사는 딸이 지내던 방을 살포시 여는 순간, 나는 고향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분이 그러셨듯, 나도 흔들림 없는 아버지로 서 있으리라.


그 방이 그대로 남아있듯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너희들을 기다리리라.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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