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BO는 '역수출'을 가능하게 했을까
야구의 시선 제25화
- 왜 KBO는 ‘역수출’을 가능하게 했을까
- 실패를 복구하는 리그의 조건
어떤 리그는 선수를 소비한다.
어떤 리그는 선수를 복구한다.
최근 이어진 KBO 역수출 사례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1. 실패한 선수들이 다시 선택한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선수들.
일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투수들.
혹은 가능성만 남기고 방황하던 이들.
폰세, 와이스, 앤더슨에게 KBO는
‘마지막 선택지’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곳을 거친 선수들이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간다.
그것도 더 나은 조건으로.
이 현상은 질문을 만든다.
왜 하필 KBO였을까.
2. KBO는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KBO의 외국인 선수 시스템은 냉정하다.
성과가 없으면 바로 교체된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과정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시즌 초 부진 -> 구종 실험 -> 투구 패턴 수정
메이저리그라면 마이너행이거나 방출이다.
하지만 KBO는 일정 기간, 수정할 시간을 준다.
이 시간은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실패해도 다시 던질 수 있는 기회.’
역수출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3. 한국 야구는 생각보다 ‘느리다’
KBO는 빠른 리그가 아니다.
구속 경쟁도, 파워 경쟁도 MLB보다 느리다.
그러나 이 ‘느림’이 외국인 투수에게는 조정의 시간이 된다.
볼 배합을 다시 짜고,
변화구를 시험하고,
타자를 읽는 법을 배운다.
폰세가 한국에서 체인지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속도 덕분이다.
야구에서 느림은 퇴보가 아니라, 재정렬의 시간이 될 수 있다.
4. 데이터는 많지만, 압박은 덜하다
한국 야구는 데이터를 많이 준다.
히트맵, 영상, 패턴 분석.
그 양은 메이저리그 못지않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데이터가 곧 평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MLB의 데이터는 곧 계약과 연봉, 생존과 직결된다.
그래서 데이터는 무기가 아니라 압박이 된다.
KBO의 데이터는 ‘도구’에 가깝다.
이 차이가 선수의 심리를 바꾼다.
5. 역수출은 KBO의 경쟁력이 아니라 ‘성격’이다
KBO는 세계 최고 리그가 아니다.
하지만 선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리그다.
실패를 바로 낙인찍지 않고,
조정을 허용하고,
실험을 완주하게 만든다.
그래서 KBO는 ‘완성형 스타’보다 ‘미완의 선수’에게 더 잘 맞는다.
역수출은 경쟁력의 과시가 아니라, KBO라는 리그의 성격이 드러난 결과다.
6. 야구를 넘어, 커리어의 이야기
이 구조는 야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환경보다,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람은 더 멀리 간다.
폰세와 와이스, 앤더슨은 단지 공을 잘 던진 것이 아니다.
자신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무대를 선택했다.
7. 끝맺음: 실패가 머무를 수 있는 곳
성공은 빠른 곳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실패가 머무를 수 있는 곳에서 자란다.
KBO는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역수출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이름 역시, 이미 이 리그 어딘가에서 다시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