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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Mar 07. 2024

강남역 미아 4장 3화

서울의 아시아사업부-3

아시아 각 나라들, 사람들, 그리고 기업문화


P는 늘 아시아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러 프로젝트를 현장에 적용하며 살았다.


P가 경험한 각 나라의 특징을 간단히 코멘트해 보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화권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대상 국가였다.


특히 중국은 진출 역사가 40년이 넘는데, 2010년대부터 총경리들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매년 급성장을 하였다.

그룹의 자회사만 15개를 넘어서 상해에 지주회사를 세워서 관리 중이다.


공장과 영업조직을 갖춘 판매회사뿐만 아니라 기초와 임상연구, 허가취득을 목표로 움직이는 회사들도 있다.

워낙 땅이 넓고 인구도 많으며 지방행정부의 권한도 막강하여 크고 작은 이슈가 늘 산재해 있고, 지금 이 순간 그 어딘가에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의약품 매출도 한국을 넘어선 지 오래이며, 직원들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중국은 나라가 넓어서 오리지널 의약품에 집중하는 것에 더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된 의약품을 취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기의 질이 나쁜 곳에서는 호흡기제품만 특화한 회사가 있을 정도였다.

한 회사만으로 모든 것을 다 커버하기 어려운 나라가 중국이다.


특히나 2010년경부터 이루어진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발맞춰 의약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였기 때문에 중국은 명실공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만큼이나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하여 더 이상 한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가 되었다.


중국의 직원들은 2010년대부터 많이 세련되기 시작하였고 어순이 같은 영어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을 갖고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국제무대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발표 수준도 향상되었고 점점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도 준법경영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뇌물수수나 부정부패도 많이 개선되어 마케팅 본래의 모습을 갖춘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임상시험 수준도 높아지면서 세계적인 저널지에 실리는 논문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국제학회에서도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30% 넘게 점유하고 있는 한방약과 침술, 대체의학이 폭넓게 발달한 중국에서는 꼭 서양의학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진단과 치료기술의 발달을 직접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서양 의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북경이나 상해의 대학병원이나 군병원 앞에는 유명 교수의 진료를 받으려고 밤을 지새우며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의료 보급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니 잠재적 시장은 엄청나다.


결국 의료는 건강한 사람의 현상유지와 질병예방,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중심일진대,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인구수와 고령자 급증, 식생활 서구화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에 더하여, 고도 경제발전으로 인한 첨단의료에 눌려있던 욕구분출을 감안하면 무궁무진한 시장을 갖고 있는 게 중국이다.


앞으로 세계 의료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길 것이다.


같은 중화권인 대만은 국가에서 의약품에 관련된 예산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 시장이 상당히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의 절반 정도 되는 인구이기 때문에 너무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듯하다.


기질적으로도 중국 본토인들과 많이 같아서 쉽게 뜨거워지지도 않고 식지도 않으며, 원래 수액제로 출발한 회사에 치료약이 추가되었기에 P가 처음 중국 지사에 부임했을 때와 같이 아직도 수액제 중심 회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치료약의 도입과 발전은 더딘 편이다.


대만은 원래 친일적인 성향이 강하고 일본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도 일본을 은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 한국 등과 공동연구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보수적인 의학계이지만 세계 수준의 연구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홍콩은 전면 수입해서 의약품을 사용하는 나라인데, 한 회사에서 의약품과 수액제, 그리고 기능성 영양음료까지 취급하고 있는 나라로, 직원들은 다 영어를 사용할 줄 알고 학력도 높기 때문에 매우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인구는 적지만 영국과 호주에서 공부한 지적인 사람들이 많고 법과 규범에도 엄격하다.

정신과 치료제가 많이 처방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자도 많다.


같은 중화권이라고 볼 수 있는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 작은 나라이고 직원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수준 높은 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싱가포르는 임상 수준도 높고 의료서비스 환경도 좋으며 인근 말레이시아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한국에서 P랑 같이 근무했던 여자 약사로 메디컬 전문가가 현지에 파견되어 수년간 약사업무와 부작용보고 업무를 서포트해주었기에 수준이 높아졌다.


동남아시아로 시야를 넓혀 보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중심을 잡고 있다. 


태국은 불교 국가이다. 

직원들이 순응적이고 수액제 도입 역사가 50년이 넘는 곳으로, 의약품 역사가 오래된 나라이다.

태국 지사는 상당히 조직화되어 있는 국가로 여겨진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인데, 사장이 마음에 안 들면 집단행동을 불사할 정도로 노조가 강한 나라이다. 

영어가 가능하므로 업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상당히 낮은 임금으로 생활 수준은 높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과 힌두교의 국가로, 수액제와 의약품을 같이 겸하고 있는데 섬이 많고 물류(物流)에 어려움이 있는 나라이다.

부정부패도 쉽게 척결되지 않으며 소통이 쉽지 않은 국가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약품보다 오히려 기능성 영양제품이 크게 히트를 쳐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국가 정책에 합치하는 음료수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여 급성장하였고 엄청난 시장을 구축한 나라이다.


인도네시아의 음료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는 경영자는 탁월한 공적을 인정받아 큰 포상금을 받아 유명해졌으며, 많은 아시아 사장들을 계몽시키기 위한 주제를 선정하여 포럼을 기획하며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일본 사람이지만 상당히 깨어있는 경영자였다.

그가 만든 자카르타 본사와 지방에 있는 공장 환경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구글 사무실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제조업체 사무공간도 CEO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법이다.

직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였고 훈련도 잘 되어있었으며 예의범절과 근무태도는 거의 일본 수준이었다.


미얀마는 아직 군부 통치라서 자국의 달러 보유고를 유지하고자 해외수입품을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 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으며 국민성은 순종적이고 한국인 I가 파견되어 치료약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데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I는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로, 특유의 뚝심으로 버티며 가족과 떨어진 채 현지인들과 동화하며 치료약의 보급에 몸을 던지고 있는데 영업과 PM을 두루두루 겪으며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인재이다.


베트남은 우리의 기질과 많이 닮았다.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있고, 본디 순한 민족이지만 화끈한 맛도 있어서 재미있다.

치료약 부문은 걸음마를 떼고서 걷기 시작했는데, 착실히 성장하는 나라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는 수액제로 시작된 나라인데 치료약도 도입되어 담당자를 두고 성장하고 있다.

큰 나라이고 역사가 긴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나라이지만, 생각만큼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는 못하다.


호주는 나라가 넓으나 인구는 한국의 절반 정도이다.

선진국이어서 그런지 정신과 약제가 상당히 사용되고 있는 나라이다.

앞으로 기대가 되는 곳이며 한국인 O가 경영자로 나가있다.

그는 정신과 약물을 맡아 영업 마케팅을 경험하면서 경영자로 성장한 인물이다.


터키는 현지 파트너사가 크고 협력적인 나라로 호주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도 한국인 C가 경영자로 파견되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부디 일본과 터키 사이에서 생존하길 기원한다.

C 역시도 정신과 약물을 마케팅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른 나이에 경영자로 발탁되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인도는 수액제 중심에 복제약이 일반적인 나라이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만성질환의 급증에 따른 전문 치료약 도입이 추진 중이다.

오래전에 한국인 N과 일본인 직원이 현지에서 같이 근무하며 고생한 적이 있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반을 다지기 시작하다가 최근에 다시 한국인인 W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치료약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W는 P가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접 면접을 보고서 맘에 들어 채용했지만, 중간에 큰 뜻을 품고 벤처기업과 굴지의 재벌회사를 다녔는데도 결국 지금의 그룹사로 돌아왔다.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좋은 회사가 없다며 만족해했다.


미얀마와 인도 같은 험지에 나가서 치료약의 도입에 고생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P가 다니던 회사에서 마지막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다.

그들은 P가 직접 면접을 본 당시부터 인연을 맺었기에 20~30년을 함께 한 죽마고우나 다름없다.


오래전에 인도 파견 경험자인 N도 P가 직접 면접을 해서 부서에 영입한 사람이다.

같은 처지에서 동고동락한 약사면허 소유자에 MBA인데, 현재는 한국의 유력 기업에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불심(佛心)이 깊고 늘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챙겨주는 심성이 맑은 사람이다.


다들 일어와 영어가 가능한 인재들이고, F4라 부르는 그룹 채팅방을 유지하며 소통하고 있다.

같이 몸담았던 한 회사에서 H와 함께 낮과 밤으로 추억을 쌓은 동료이자 형제 같은 사람들이다.


P는 직장인생에서 H를 모시고 형제자매 같은 직원들과 다 같이 글로벌 미팅에 참여하던 수많은 기억들을 최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F4와 같이 했던 긴 세월들, 또 앞으로도 이어질 시간들은 그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아시아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아시아 사람들은 종교와 인종이 매우 다양하고 또 사고방식도 나라마다 역사와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접근할 때에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각 나라에 맞는 방침을 정해 주고, 글로컬라이제이션 (글로벌 + 로컬라이제이션)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거에는 한국이 많은 부분에서 앞서 에 동남아시아를 리드하면서 가르쳐 주는 자세로 임하였으나,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들도 많이 성장하였고 자기들 나름대로의 마케팅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굳이 한국에서 사람들이 파견되어 경영을 도와주거나 출장을 가서 여러 가지 서포트를 해 주는 일들은 점점 그 필요성이 낮아져 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각 나라의 경영진에게 맡기는 현지화 시대가 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P가 마지막에 일했던 기업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하나로 묶는 조직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는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본사에서 판단해 나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consolidation(통합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P는 2005년부터 2020년 초반까지 아시아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본사에서 주도하고 있는 정책을 아시아 각 국가들에 맞게끔 현지화시키면서 교육과 지도를 해 왔지만,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서양의 한 축을 아시아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기에 한국을 가운데에 넣어서 완충 역할을 시키는 원쿠션 역할이 주어져 왔다고 여겼다.


그러한 현상들이 당시의 흐름이었다면, 지금에서는 아시아 국가들도 미국과 유럽에 거의 근접한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또한 본사가 미국과 유럽의 가운데에서 조정자 역할의 몫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과거처럼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아시아를 돌아다니면서 교육시키고 지도하던 그런 시기는 이제 종료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여하튼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몰려 있는 가장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며, 또 앞으로도 경제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아시아와 중화권을 잘 묶고 인도나 호주, 터키를 시야에 넣어서 정책을 펴 나간다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개척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서 포트폴리오를 잘하면 위기관리가 되듯이 아시아 국가들도 잘 나가는 나라, 현재 발전 중인 나라, 그리고 앞으로 끌어올려야 나라, 이렇게 세 등급을 매겨서 그 실정에 맞는 그룹끼리 묶어서 서로가 소통하게끔 해주고, 거기에 적합한 사람들을 배치하면, 결국은 인재들이 좋은 제품을 바탕으로 이끌어 나가게 되어있다.


아시아에서 탈 아시아가 이루어지고, 세계의 정점인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과도 같은 레벨에서 소통하면서 동일한 글로벌라이제이션 스탠더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구라는 거대한 자원이 있고, 경제발전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고려해서 정책을 잘 세우고 제대로 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면, 앞으로도 시장확대의 가능성이 큰 지역이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라는 판단이다.


머지않아 지금보다 더 세련된 아시아로 탈바꿈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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