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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Dec 14. 2023

매도보다 매수를 먼저 하다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18

집이 팔리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잔금일이 넉넉했지만, 매수를 한 시점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부동산 측에선 너무 이르게 집을 내놨다곤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 나머지 집을 여러 곳에 내놓았다. 그 뒤로 보러 오는 사람은 종종 있었지만, 도무지 매수를 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로열 층, 로열 동, 인테리어를 했다 해도 시장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집값이 오르기 직전으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혹시나 우연히 들를지도 모르는 손님을 위해 매일 집을 쓸고 닦았다. 다녀가는 사람도 종종 있었지만, 집값을 깎으려는 시도조차 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매수할 마음 없이 구경을 하려 했던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단지 톡 방에 이런저런 부동산 소식이 올라왔다. 서울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이제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단체 버스를 타고 단지를 임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00 부동산에서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한다니
 말도 안 돼


그런데 그다음 날, 부동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집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매수 의사가 있는 사람이 투자자이기 때문에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에선 결로, 누수 등의 문제가 없는, 바로 세 주기 좋은 집을 골라 소개한 것이라 했다.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지만, 집을 최대한 예쁘게 정리한 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부디 집이 빨리 나가기를


몇 시간 뒤,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몇 백만 깎아준다면 매수자가 바로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했단다. 찾고 찾던 매수자가 나타나다니. 암요 깎아드려야지요. 


계좌번호를 보낸 뒤 이런저런 연락이 오갔고, 가계약금이 들어왔다. 드디어 마음고생으로부터 해방이었다. 더 기다렸다간 바싹바싹 말라 산 송장이 될 지경이었다. 세입자를 들이는 단계가 남았지만 전세 수요가 워낙에 많아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계약금이 들어오고 나서야 우리 부부는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이사 갈 집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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