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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Oct 04. 2022

칭챙총 Ching Chang Chong 박스 속 중국인

선입견 박스에서 탈출하기


독일, 이방인에게 열려있는 나라


    세계 각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민자의 나라 독일은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대 여론도 있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독일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주었고, 오늘날엔 우크라이나의 전쟁난민들을 받아주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독일의 모습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는 지금만큼 비독일인이 많지 않았으며, 이민자라 해도 터키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시아인들은 이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요즘은 독일에 거주하는 동양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90년대에는 특히나 동양인의 비중이 적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전 학년에 나를 포함한 4명의 한국인 학생이 있었는데, 그 지역에 한국인이 많은 편이었기에 한국인 비중이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높은 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크게 외국인이라고 상처받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던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주눅 들지 않았다. 거기에 한국에서 받아온 국뽕 교육까지 더해져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자존감을 지닌, 어떻게 보면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자만한 아이였다. 그래서 웬만한 놀림도 우습게 느껴져 동양인이라고 놀리는 아이가 있을 땐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내 반응이 상당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었는지 놀림을 이어가는 아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동양인을 놀릴 때 대부분 손가락으로 눈을 찢어 보였고 이렇게 말했다.


칭챙총 Ching Chang Chong

박스 속 중국인 Chinesen im Karton


    나보다 한 학년 위에 있던 일본인 아이는 이런 놀림을 받으면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주눅이 들었다.

    어린 마음에 이 놀림을 들으면서도 가장 불편했던 점은 중국인 외에도 한국인, 일본인, 태국인 등 수많은 다양한 동양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머리를 한 동양인을 모두 중국인이라 부르며 놀렸다는 것이었다.

난 동양인을 중국인이라는 한 박스에 넣어 놀린다는 것에 적잖은 불편감을 느꼈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늘 바지 속에 한국과 일본, 중국이 그려진 지도를 구깃구깃 접어 다니며 한국이 어디에 놓인 나라인지 확인시켜주었다. 나는 한국인이었고, 한국은 중국과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주눅 들어있던 일본인 아이도 중국인이 아니며, 저 아이와 나도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했다. 나는 너희들이 말하는 박스 안에 없다고.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다른 외모,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조금 알게 되었다 싶으면 좁은 시야로 나만의 박스를 만든다. 그 좁은 박스는 선입견으로 가득하다. 독일인은 냉철하며, 프랑스 사람은 자기밖에 모르고, 스페인인은 게으르다. 중국인은 지저분하며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


    같은 반 아이들은 나와 함께 지내며 더는 누군가를 칭챙총이라 놀리지 않았다. 그들에겐 나와 같은 동양인이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박스 안에 있던 것이 중국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깨달았던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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