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민주사회를 저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특권의식이다. 특권사회가 민주사회나 공정사회의 적이라면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특권을 악용하여 노력도 없이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위법을 저지르거나 인사부정을 저지르거나 부를 독점하는 일은 옛날부터 뿌리 깊은 악습이었다. 특권의 이면에는 반드시 불공정이 있으며, 약자의 손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신분계급제가 철저히 지켜지던 봉건사회에서 특권의식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평등과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특권의식은 여전히 굳건하다. 소수의 특권은 다수의 이익을 빼앗는 구조여서 그것은 분명한 반민주주의 의식이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특권의식은 이른바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유명 사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特의 글자 풀이를 보면 牛에 寺의 음과 뜻이 모인 글자이다. 牛는 소이고, 寺는 절이 아니라 원래는 큰집, 관청이라는 뜻이었으므로 特은 ‘관청에서 기르는 공용 牛, 소’이다. <설문해자>에서는 ‘牛父’라고 했는데 ‘숫소’ 다시 말하면 공식우량종우인 ‘씨 소’인 셈이다. 글자대로라면 특권의식은 ‘소’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후 뛰어난 모든 것은 ‘特’이라고 하였고, 모든 사물의 이름 앞에 붙어서 접두사로 쓰여 ‘특별’하게 되었다. 옛날 봉건사회에서 선비들은 특권의식이 강했던 계층인데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특권의식에는 '선비정신'도 있었다. 그것은 지도계층으로서의 사명의식과 의무감이었다. 서양으로 말하면 이른바 Noblesse oblige이다. 선비들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인격, 학식, 덕망, 지도력을 갖추기 위해서 일생 동안 修身齊家수신제가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서민들은 특권층에 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특권층들 중에서 이러한 선비정신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매우 의심스럽다. 아직 선비정신을 가진 지식인들은 오히려 특권의식을 거부한다. 적어도 청문회에 나서는 고위층 특권층에서는 선비 같은 인물을 만나기 매우 어렵다. 특권층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임명권자도 적절한 인재를 매우 찾기 어렵다고 한다. 벼슬을 하고 싶은 사람은 줄을 섰지만 능력 있고 흠집 없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도층으로서의 선비정신은 없고 오로지 권력, 재력, 학력, 지연에 의지하여 그 자리에 섰으니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누리려고 하는 것은 많고, 책임의식은 없다. 하기야 ‘특권층’이라는 말도 글자의 내력을 따져보면 소에서 나왔으니 원래 ‘짐승이나 갖는 힘’이어야 옳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특권층에 속하는 사람 중에는 하는 짓들이 짐승 같은 사람들이 적잖다.
우리의 특권층은 얼굴에 철판을 깐 자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철강산업의 강국이라서 그런가도 싶다. 그들은 철저하게 가진 자 편에 서서 부자감세, 법인세 인하를 강행하는 대신에 서민 봉급자의 유리지갑만을 샅샅이 뒤져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고대 로마의 특권층들은 배가 부르면 열심히 토하고 다시 먹었다고 한다. 하기야 그들이 토해 뱉은 음식도 적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토한 찌꺼기나 주워 먹고 산다면 국민은 너무 비참하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점점 貧益貧빈익빈 富益富부익부의 기형적이고 천박한 자본주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이는 매우 反민주적이고 反역사적이다. 국민소득은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하는데 막상 국민은 도무지 실감할 수 없다.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지니계수인데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최악이라고 하니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소득불균형은 역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국가청렴도와 관련이 깊다.
현 정부 들어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독한 정경유착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깊은 구렁이다. 특권층, 기득권층들은 정부의 개선노력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고 있다. 개혁은 곧 특권과 기득권의 위협이기 때문이다. 재벌이나 기득권층들은 지금의 경제난국이 마치 자신들의 특권을 무시한 결과처럼 주장하고 있다. 특권의식 타파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니 멈추어서는 안 될 역사적 과업이다. 내가 기득권층이기 때문에 보수정권을 지지하고, 내가 빈곤층이기 때문에 진보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천박한 개인주의요,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정의로운 민주시민이라면 이런 천박한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경제난국을 세계적인 경제불황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타락한 자본주의에 의해서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소득이 극도로 편중되어있기 때문이니 이대로라면 세계경제가 좋아지더라도 국민들에게는 별 희망이 없다. 지금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경제불황보다는 타락한 황금만능주의와 물신주의이다.
국민의 정부라면 정작 보호해야 할 대상은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정자들은 서민들이 절감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나라의 장래에 얼마나 큰 재앙인지 알아야 한다. 나라에서 감싸돌고 있는 특권층은 혼자서도 잘 살고 있으니 나라에서는 힘없는 서민의 편에 서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권층을 개혁하기 위해서 등용했던 인재가 이미 특권층에 젖어있는 좀비였다면 우리 사회의 특권층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 개혁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그들의 역량을 보기도 전에 기득권자, 특권층들이 줄기차게 방해를 하고 있으니 특권의식을 청산하기가 쉽지 않다. 서민들마저 짬도 모르고 특권층의 선동에 넘어가서 부화뇌동한다면 스스로 구덩이를 파는 꼴이며 특권 사회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지각 있는 유권자라면 역대 어느 정부가 가장 친서민적이었는지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을 빨갱이, 공산주의자, 치매 환자라고 무함하고, 심지어 대통령을 체포하자고 떠들어도 괜찮은 사회가 언제 있었던가? 서민들이 일시적인 불만으로 자신들 편에 서있는 세력을 버리고, 자신들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을 싸고도는 어리석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탄식할 수밖에 -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