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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증 있는 남자랑 살다 보니

닮아가는 부부, 감기 안 걸리는 방법



"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


남편이랑 연애하던 시절에 서울 사무실로 간다고 하면 그는 내가 도착하기 전에 청소만 7시간 이상했다고 한다.


본가로 놀러 가던 시절엔 그 좁은 다락방 하나 청소하는데 울 남편은 하루 반나절은 썼다. 

청소하는데만 하루종일 걸리는 남자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처음엔 과장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었다.


원래 나도 지하철이나 버스 바닥엔 절대 가방을 놓지 않는 습관이 있고, 혼자 살던 집의 바닥도 하루 5번씩 걸레질을 할 때도 있었으나 남편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청소하길래

7시간, 하루 반나절에서 하루종일 걸릴 수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다락방 거울 청소를 할 때 칼에 걸레를 끼워 거울 틈새까지 꼼꼼하게 닦아내는 모습을 보고서야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살아보니 시부모님도 똑같았다. ^^;


시아버지는 괘종시계를 나사 하나까지 다 풀어 분해한 후 작은 부품까지 꼼꼼하게 닦으며 하루 종~일 청소하셨으니.. ㄷㄷ


시어머니는 매일 베개커버와 한번 입었던 잠옷 세탁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시외가 쪽은 이보다 더하다. 하하



내가 대머리로 산다고 하면 남편은 제일 안심할 사람일 것 같다. ^^;


미생물학 공부를 하느라 현미경으로 대부분의 사물을 관찰해 온 그는 긴 머리카락에 얼마나 많은 세균,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이 붙어 있는지 아냐며..


연애시절 허리까지 오던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라고 자꾸 권유했다.  

보통 남자들은 긴 머리에 환장한다던데, 우리 남편은 그 반대였다.


이런 게 그동안 게으른 삶을 추구했던 내가 결혼 후 급피곤 해지곤 했던 이유였지만, 동시에 신기한 일도 생겼다.


1년에 350일은 감기에 걸려 코가 헐 정도로 코를 풀던 내가 그 추운 주택에 살아도 감기 한번 안 걸렸다는 점이다!



따뜻한 집에 살 땐 감기에 걸려 혼자 3일간 사경을 헤맨 적도 있고, 평소에도 감기와 비염, 축농증을 달고 살았는데..


이렇게 청소를 매일 하는 집에 오니 그런 증상들이 모두 사라졌다.


- 매일 바닥 청소

- 베개 커버도 매일 세탁

- 이불, 방석, 커튼, 카펫 등 집안 내 모든 천들은 일주일마다 반드시 세탁

- 신발도 일주일마다 세탁

- 청소기,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등 틈나면 분해해서 대청소 (이건 아직도 남편 담당이다)


처음엔 모두 남편이 했던 일들이지만,

청소의 즐거움을 알게 된 뒤로는 내가 더 빠져버렸다.


어차피 바닥 청소 말고는 모두 세탁기가 하는 일이니~


생각하기에 따라 짜증 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처음엔 그랬다) 한편으론 아주 편하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




남편이랑 10년 넘게 살면서 청소 습관이 뇌 등 쪽 선조체에 각인이라도 되었는지, 이제는 매일 청소기를 돌리지 않으면 불안하다.


지금은 오히려 남편이 나보고 병이라며 제발 청소 좀 그만하라고 한다. 하하


플래시로 바닥을 비춰보면 거실등 아래에선 안 보이던 먼지들이 우후죽순으로 고개를 내미는데~!

그걸 치우지 말라고 할 땐 화가 날 정도로 이젠 내가 청소가 좋아져 버렸다.


특히 베개에는 변기보다 96배나 많은 세균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심지어 대변에서 나오는 대장균까지 검출된다고 한다. ㅜㅜ

그러니 피부가 뒤집어지고, 기침하고, 면역력을 유지하기 힘들지 않을까.


청소가 정 귀찮다면 최소한 베개 커버만이라도 매일 세탁하는 습관은


- 각종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로부터의 면역계 강화와
- 여성들의 피부염증 완화,
- 스트레스 많은 분들의 호흡기 질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참고로 남편은 아토피에, 나는 초반 시댁살이 홧병으로 주기적으로 피부가 뒤집어졌지만 


지금은 베개 커버 세탁과 긍정적인 사고로 스트레스를 조절한 덕분인지 더 이상의 피부 발진 증상은 없다.


둘 다 나이는 10살이상 더 먹었는데 말이다. ^^




슨 일이든지 ' 사건 그 자체' 보다는

'해석 ' 이 더 중요하다.


처음엔 나를 고생시키려고 이 남자와 시부모님이 작정을 하셨나 싶을 정도로 청소에 치를 떨었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어쩌면 이 모든 일이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배려였다는 부분이 더 크게 와닿았다.


이왕 사는 인생, 피할 수 없다면

괴로운 것보단 즐거운 쪽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남이 우리에게 완벽하게 맞춰주는 날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테니.


내가 맞춰보거나, 맞춰보다 힘들면 갈라서거나.

욕심만 버리면 생각보다 인생은 심플하다.


그런 관점에서

1) 최대한 감정은 자제하고,

2) 사실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했고,

3) 최대한 나에게 플러스가 되는 부분을 찾아보려는 마인드가 나를 시댁살이 11년 차에 접어들게 한 것 같다.




더불어 청소는 그 자체로도 명상의 효과가 있었다.


- 청소하는 과정에서 아무 잡념이 들지 않는 그 빈 공간이 좋고,


- 청소하면서 몸을 움직여 혈액 순환이 되니 개운해지는 효과도 좋다.


- 청소를 마친 후 나만 아는 그 깨끗한 포인트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자존감도 올라갔다.


나 좀 괜찮은 사람인 거 같은데? 조금 부지런한데? 하는 그런 느낌..^^


이젠 내가 청소 중독이 되어 남편 몰래 청소기 소리를 안 내고 치우려고 손으로도 훔쳐내고, 걸레도 쓰고, 빗자루도 쓰고, 대걸레도 사서 쓰는 스스로를 보니 좀 우습기도 하다.


할 일 없음 청소회사를 차리거나 청소부로 취직해도 될 것 같다. ^^;



유튜브로 보니 어떤 집은 장 봐온 물건들에 묻은 먼지조차 털어내려 싱크대에서 포장지까지 씻어 냉장고로 넣는다던데.. 아직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댓글엔 꽤나 그런 집들이 있던데.. 진짜일까?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그건 잘 모르겠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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