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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로이린 Oct 28. 2022

나를 위한 의사 선생님은 어디에 계신가요?

난임 전문 산부인과라니, 병원에 가기 전부터 두려운 마음이었다. 잠시라도 안심이 되는 위로글을 찾고 싶어 인터넷 창에 '난임' 단어를 검색해본 적이 있다. 여전히 지금도 불현듯 걱정 구름이 커지는 날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을 한다. 난임 카페에 가입하며 찾아본 내용 중에는 병원을 여러 번 옮겼다는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단지 용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혹독한 식단을 짜주고 쓴소리도 자주 하니 큰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 어느 병원 원장님은 친절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어서 좋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경험담을 접한다. 


나 역시 처음 다닌 병원을 한번 옮기고 지금은 두 번째 병원에 다니고 있다. 나에게 맞는 의사 선생님과 병원이란, 내 몸의 상태 그리고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난저(난소기능 저하)가 심하기 때문에 초음파를 세밀하게 봐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했다. 그 전의 병원은 초음파 촬영을 따로 하고, 의사 선생님은 촬영 결과지만 보고 이야기하셨다.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은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초음파를 보며 나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설명해 주신다. 


처음 병원을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첫 번째 병원은 난임 전문 병원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만큼 서울 강남에서 제법 유명한 병원이었다. 주변에서 하도 많이 들어본 병원이기에 의심도 하지 않고 예약했다. 난임일 수 있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혼란스러운 나를 대신해 신랑이 예약을 했고, 우리는 별다른 의사 선생님을 선택할 겨를도 없이 병원에서 정해준 대로 첫 상담을 시작했다. 처음 마주한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젊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언니처럼 나를 살갑게 대해주려 노력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AMH가 0에 가까울 만큼 낮은 수치의 환자를 처음 대하는 느낌이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한창 코로나가 심했던 때라 내가 먹어야 하는 약의 공급도 두, 세 달 뒤면 수급이 어려울 거라는 안 좋은 상황도 생겼다. 병원에 다닌 지 석 달째가 되는 때 나의 몸 상태가 여전히 동일하다며 걱정하시는 선생님께 나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답변을 기다린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선생님의 눈빛도 나와 같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때 결심했다. ‘나는 환자인 나처럼 불안해할 의사보다는 확신 있게 나를 이끌어줄 선생님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을 옮긴 후, 내 몸의 상태가 특별히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흑백의 초음파 영상을 바라보며 나 혼자 복잡한 상상을 하기보다는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과 함께 내 몸 상태를 관찰할 수 있으니 안정이 되어 좋았다. 모름지기 잘 맞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내 마음이 편안한가이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나와 장기 레이스를 뛸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여야 한다. 진료받는 시간이 불안해서는 안 된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긴 페이스와 호흡이 중요한 장기 레이스 선수가 된 거다. 엄마가 되는 길이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든든하다.




※ 참고 : 첫 난임 전문 병원을 잘 선택하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 기존 병원의 결과 기록지를 발급받을 수 있어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병원을 옮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대신 반드시 기존 병원의 결과 기록표를 챙겨가자. 그래야 기본적인 검사를 중복으로 하지 않고 검진을 바로 받을 수 있다. 결과 기록표를 발급받을 때는 영상 CD와 서류를 모두 챙기자. 나의 경우, 양방 병원뿐 아니라 한방병원 검진을 갈 때도 동일하게 결과지 서류와 영상 CD를 모두 챙겼다. 영상은 보통 병원 내 영상 등록기에 내가 직접 업로드를 할 수 있고, 결과 기록지는 병원에서 사본을 보관 후, 원본은 다시 돌려준다.


*AMH : 항뮬러관호르몬. 임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기능을 파악하는 목적으로 측정한다. AMH 수치가 높다는 것은 난소에서 배란이 되는 난포가 아주 많다는 것을 뜻한다. 20대 여성의 AMH 수치는 대략 4.0~5.0ng/mL, 30대 전후 여성이라면 3.0ng/mL, 0.5~1ng/mL의 경우는 폐경 이행기로 판단되고, 0.5ng/mL 이하라면 폐경기를 의미한다. AMH 수치는 폐경기에 다다를수록 0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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