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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하 Aug 23. 2020

나는 왜 자존감이 높을까

김조하 탐구생활

자존감 편
1


 나는 말이 조금 거친 편이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다,,고 포장할 수 있겠다. 사회화되면서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조심하는 습관을 길러왔지만, 소년 시절에는 그 일이 참 쉽지 않았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편이었고 그것이 남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빈말이나 거짓말은 지금도 잘 못하지만, 어릴 때는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싫다고 느껴지는 점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유난히 상처를 받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타인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는 유형이었다. 반면 나는 타인의 비난에 크게 상처 받지 않는다. 어릴 때는 자신을 위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남들도 나와 같은 무딘 사람들이라 생각했고, 내가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만큼 거침없이 비난이나 비판을 뱉어내고는 했다. 그러다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친구 몇을 보고 내 행동에 반성과 후회를 느꼈다. 그런 일들을 반복한 후에야 겨우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인지하고 말을 조심하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 차이를 인지한 직후에는 두려움이 컸다. 내가 또 남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나, 온화하게 한다고 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날카로우면 어떡하나 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나 아주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입을 열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사회로 처음 나왔을 때는 남들과 쉬이 친해지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은 말하기 조절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지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온화하게 말하면서 이야기하는 법을 깨우쳐가고 있다. 말하는 법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내가 왜 남들의 비판이나 비난에 개의치 않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자존감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자존감에 관한 책이 출간되고, 유명인들의 연설에 자존감에 대한 조언이나 교훈이 섞인 것도, 내 기억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그전에도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쉽게 사용되는 것이었지만, 그 개념으로 자신의 성격을 정의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마치 숙제인 것 마냥 여겨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내가 자존감이 높다는 사실조차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남들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비난에 개의치 않는 무딘 성격인 줄로만 알았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남들이 말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내가 다를지언정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다. 그러니 남들이 평가하는 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비난이나 비판 같은 부정적 언사뿐만이 아니다. 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말들도 내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좋은 말이라고 해서 마냥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쁜 말이라고 해서 마냥 기분이 나빠지지도 않는다. 타인의 말은 그저 타인의 말이고, 그들이 행하는 것은 어쭙잖은 평가일 가능성이 크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비난은 더욱 그렇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의 비난은 나 스스로의 행동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면 그만이다. 반성을 했음에도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 문제일 것이다.

 또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칭찬은 가벼운 인사나 안부일 테니 나 또한 가볍게 돌려주면 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의 칭찬은 그 사람과 나의 관계의 확인쯤으로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안심으로 이어진다. 물론 칭찬을 듣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칭찬이 나의 어떠한 행동의 동기로 작용한 적도 없고, 칭찬을 들으면 어쩐지 부끄러워져 얼른 화제를 돌려버리고는 한다.

 대신, 결과에 대한 보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서 그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상, 상금, 진급, 성과평가 등을 받는다면 기꺼이 받을 것이다. 충분히 긴 시간 동안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가벼운 자리에서 나에 대한 칭찬을 받는 자리에서 대부분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인정 욕구나 칭찬을 받는 것이 큰 기쁨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나는 자존감이 높다. 글쎄, 나에 대한 신뢰가 확고한 것이니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일까? 모르겠다. 확실히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이것은 내 일상에서 큰 사건이 아니다. 이를 모두 깨닫고 나니 또 하나 드는 의문점이 있다. 나는 대체 왜 자존감이 높을까? 가진 것도 없는 내가. 뭐 하나 가진 것도 없는 내가 왜 나를 그토록 존중할까. 궁금함을 못 견디고 내가 살아온 배경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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