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날씨는 곧 우리 기분
어느덧 파리에 온 지 한 달,
서로 감정을 공유하기로 하다.
나는 지금 노천카페테라스에 앉아 비 오는 파리를 보며 분위기에 함께 젖어가는 중이다. 비를 피해 황급히 정리하는 벼룩시장 상인들과 그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파리지앵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도 좋으나 글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헤드셋을 꼈다.
파리의 5월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다가도 어느새 흐려져 비를 쏟고 그리곤 바람으로 비와 관광객들을 날려 보낸다.
파리의 5월처럼 우리의 마음도 참 변화무쌍한 한 달이었다.
나도 지금껏 여행자의 시선으로만 낯선 땅을 바라보았지, 해외에 오랜 기간 살아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설렘보단 막연한 감정이 불쑥 찾아왔다. 막연한 감정은 외로움과 답답함이라는 감정으로 우리 마음속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들키긴 싫었다.
프랑스에 혼자 왔으면 나 혼자, 나만의 방식으로 낯선 감정을 풀어가면 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내 옆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아내에게 낯선 감정을 들키면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나에게 감정은 그런 존재이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는 다르게 감정에 무척 솔직하다.
기쁜 감정, 슬픈 감정, 힘든 감정을 다 나에게 공유한다.
그런 아내가 나는 너무 고맙다.
고독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햇빛을 보며 산책을 했다.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센강을 걸으며 대화했다.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아니, 내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현재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그 감정을 존중하고 아껴주기로 했다. 그리고 뭔가를 해내려고 바둥대기보다 장기 여행자의 시선으로 낯선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야 보이는 파리의 풍경, 그들의 표정.
시크하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하지만 프랑스어로 말을 걸면 금방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해 주는 그들 덕분에 서서히 마음이 열렸다. 사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닫고 있었던 건 아닐까?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주길 기다리진 않았을까?
이 낯선 곳이 조금씩 좋아진다.
단순히 ‘좋아한다’라는 것을 넘어 프랑스 그리고 파리의 삶 속에 젖어들고 싶다.
변화무쌍했던 파리의 날씨도 6월이 되면서 서서히 기분 좋은 따스한 바람과 햇빛이 가득 채워지듯이,
우리들의 감정도 한결 가볍고 따뜻하게 채워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