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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 떼오 Nov 28. 2020

소박하고 아름다운 껄로 트레킹


왜 내가 미얀마까지 와서 트레킹을 하게 되었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에 트레킹을 안했더라면?

그 후회는 엄청 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기 잘했다.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으니 말이다.



황금빛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를 보고 있자니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며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천천히 걸었다. 정말 천천히.

길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온전히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길.


우리들의 가이드였던 두명의 소녀. 

그녀들은 친구인듯 보였다.

우리를 챙기면서도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며 까르르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우리에겐 관광코스 중 하나일줄 모르지만 그들에겐 삶의 일부인 모습들. 벌써 그들의 일상들이 상품화 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에 변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녀석.



트레킹을 하는 동안 미얀마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만나는 고양이나 아이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더 해주었다.



특히 미얀마 이아들의 순수함은 나를 다시 미얀마로 오게 할 정도로 잊을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깔깔 웃는지 얼굴에 바른 타나카가 다 벗겨질 정도다.



그래도 공부를 할 때 만큼은 진지하다. 선생님 앞에서 구구단을 검사받는데 언제 그랬냐는듯이 진지한 모습으로 구구단을 외웠다. 틀리면 맨뒤로 가서 다시 순서를 기다려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틀리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잊어버려 주변 눈치보는건 우리와 똑같았다. 



그런 형들이 멋있어보이는 유치원생들.

그냥 딴 생각 중인건가?



걷고 또 걸었다.


트레킹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줄 알았다. 초반만해도 정리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생각이 없어지면서 정리가 자연스럽게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럴때 쯤 찾아오는 점심시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낯선곳에서 낯선음식을 먹으니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마르코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이 순간을 즐긴다. 

세상과 단절된 채.  



다시 걷는다. 걷다보면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단순히 트레킹을 위해서 여기에 왔지만 그 안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었다. 갑자기 그들의 일상을 방해한거 같은 생각이 들어 창피하게도 했다.



여행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이 이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침범자가 되는게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건 다소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들과 가까이서 삶을 지켜보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빚을 갚을거야.


세계여행 중인 한국인 부부가 풍선을 가져와 아이들과 번갈아가면서 놀아줬다. 얼마나 신나게 놀던지. 지기 싫었지만 결국 항복. 그래도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나 너네 사진 찍어도 돼?"


"응."


우리나라에서 살다가 가끔 욕심이 생기고 경쟁에 지쳐 힘들 때 너네를 포함하여 트레킹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할게.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어느새 밤이 짙었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주방에서 준비하는 저녁식사



껄로 트레킹의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단순하고 추운 아침

그리고 내 양말.

하루 더 신어야지...



따뜻한 차 한잔에 몸을 녹인 뒤 준비한 아침을 먹는다.

오늘도 걸어야되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어둔다. 



사람은 걸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걸으면 걸을수록 주변 풍경보다는 땅을 보고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진으로 지난날을 추억하면 이렇게 풍경이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자연이란 이과수폭포의 웅장함도 있지만, 바람이 꺾일듯이 날리는 들풀의 연약함도 있다. 하지만 누가 더 강하고 약하다고 할 수 없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말자.



트레킹이 점점 끝이 보인다.

다같이 먹는 마지막 식사



너도 우리가 아쉽니?



아님 관심없니?



여행자의 설렘과 기대가 느껴져서 행복했던 1박 2일이었다.



아디오스!

(미얀마지만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 사람이 있어서 스페인어를 자주 쓰곤 했기 때문에)



멋진 사진을 보내줘서 고마워 Ning :)



우리 모두 작은거에도 감사하면서 서로 아껴주고 배려해주고 행복하게 살아가요.


행복한거 벌거 없잖아요. 조금만 욕심버리고 선한 영향력이 퍼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실천하는 자세. 이제는 꿈같지만 트레킹 당시의 내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다짐을 실천하면서 살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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