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 왕궁에 안기다.

여행 6일 차 / 새로운 도시, 만달레이에 도착하다.

by 떼오 Theo
한국의 80년대를 닮아있는 만달레이

만달레이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든 저의 첫인상입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보따리 같은 걸 들고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죽이는 동네 주민들. 이 모습이 우리나라의 과거 터미널의 풍경과 비슷해 보입니다. 정겨운 느낌을 가득 안고 미리 예약한 호스텔로 이동합니다. 이번 숙소는 접근성이 좋은 만달레이 왕궁 근처의 한 호스텔로 잡았습니다.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고픈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으로 향합니다. 미얀마의 대표음식인 샨누들 전문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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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감이 좋은 이 식당은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돈된 느낌으로 알 수 없는 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샨누들 하나와 미얀마 맥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주문해도 가격이 얼마 하지 않아서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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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만달레이에서의 첫날이라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 그저 만달레이 왕궁과 함께 있는 호수를 거닐 예정입니다. 그전에 근처에 시장이 있다고 해서 소화도 시킬 겸 시장을 구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 현지 시장을 꼭 가보는 편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익숙함 속에 존재하는 색다름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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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달레이 시장은 익숙함 속에 존재하는 색다름이 아닌 익숙함이 있더군요. 동대문시장의 느낌도 나서 반갑긴 했습니다. 바간에 있다가 오니 잔잔한 웅성거림도 북새통처럼 느껴집니다. 색다른 도시에 익숙해지기 위해 목적지 없이 계속해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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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유유히 사라지는 다람쥐, 숨을 헐떡이며 왕궁호수를 러닝 하는 한 청년, 퇴근 후 함께 걷는 가족들, 전통의상을 입고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커플들, 마치 떠다니듯 사뿐 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는 스님까지. 만달레이의 평범한 일상에 포함되어 저 또한 걸어봅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서서히 하늘이 붉어지더니, 이내 호수를 비추면서 만달레이는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이 장면을 눈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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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미얀마 대지진에서 특히 만달레이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만달레이의 심장과 같은 왕궁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네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비극으로 변하는 순간을 멀리 한국에서 지켜보면서 감히 그들의 일상 속에 잠깐이나마 들어갔다 온 저로서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만달레이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부족한 제 글을 통해서나마 아름다운 도시 만달레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로서는 마음 한구석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네요. 노트북 자판기로 쓰는 글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가며 쓰게 될 앞으로 저의 모습이 상상되므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제 글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