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메라에 담은 떼떼와 쩨쩨

여행 7일 차 / 나는 너네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by 떼오 Theo
만달레이에서의 첫 아침


아침부터 몸이 으스스합니다. 무리해서 여행을 한 탓일까요? 약간 감기기운이 있는 거 같기도 하네요. 여행 와서 아프면 안 되는데 큰일입니다. 급하게 동행들한테 도움을 청합니다. 다행히 동행 중 한 분이 감기약이 있어 조식을 먹은 뒤 곧장 약을 챙겨 먹었습니다. 몸이 안 좋을수록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합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니깐요! 그리고 오늘은 아프면 말 그대로 고생할지도 모릅니다. 일정이 꽉 차 있거든요.


바로 만달레이 근교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이를 위해 전날 투어님도 미리 컨텍해 뒀고, 일정도 공유해 둔 상태입니다. 마하간다용으로 가서 스님들의 탁발공양을 보고 시가잉 지역으로 넘어갑니다. 그곳에는 민트사원을 포함하여 다양한 유적지와 사원 등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그 후 밍군지역으로 넘어가 그 유명한 신뷰미파고다를 보고 일몰시간에 맞춰 우베인 다리로 넘어가는 일정입니다. 일정을 설명하면서도 숨이 넘어갈 듯 빡빡한 일정이네요. 과연 이대로 진행이 될까요? 한국인의 여행일정이니 별일 없으면 무조건 이대로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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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시간에 맞춰 차가 숙소 앞으로 도착했고, 저는 다른 동행분들과 차에 탑승합니다. "밍글라바" 기사님과 나누는 기분 좋은 아침인사. 만달레이의 아침 또한 양곤과 다르지 않게 분주했습니다. 세상 어딜 가나 아침은 분주한가 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난 또 다른 분주함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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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잉 지역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입니다. 창 밖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우리를 보더니 기사님은 차를 잠깐 멈춰 세웁니다. 잠시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고 가라는 배려였습니다. 타지에서 온 외국인이 자기 나라의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기사님의 배려에 만달레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죠.


마하간다용 수도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스님들의 탁발공양을 보기 위해서이죠.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이유 또한 이 때문입니다. 시간을 맞춰서 도착했지만 이미 주변은 인산인해입니다. 입구에 버스들을 보아하니 아마도 단체 관광객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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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시간인 10시에 맞춰서 붉은색 망토를 두른 스님들이 일렬로 행렬합니다. 은색그릇을 하나씩 들고 있네요. 이 그릇으로 탁발 행위를 하나 봅니다. 스님 중에는 어린 나이의 동자스님들도 많이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수도원으로 들어와 스님이 되기 위한 수련을 거치는 모습이 대단하네요. 저희는 따로 음식을 챙겨 오지는 못해 탁발공양의 행위를 경건하게 지켜봅니다. 단체 관광객 중 어떤 분들은 음식 대신 돈을 그릇에 올려주기도 하는데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더군요. 탁발을 마친 스님들은 식당으로 보이는 한 공간에 모여 받은 음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제대로 된 식사가 될지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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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갈 곳이 많습니다. 서둘러야 해요. 시가잉종과 코끼리 형상을 한 이름 모를 사원을 지나 간단하게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사실 지금 들린 곳은 주요 행선지를 가기 전 맛보기 플레이스들이라고 할까요? 이번 여행에는 중요한 행선지가 3곳이 있습니다. 저희는 2번째 주요 행선지를 가기 전 만달레이의 작은 볼만한 장소들을 둘러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다고 표현했을 뿐 전혀 작은 곳은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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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민트사원이라는 곳을 도착했습니다. 사원의 색깔이 민트색 위주로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마치 얼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깨끗한 바닥에 혹여나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시원한 느낌이 절로 납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 다들 약간씩 지친 기색이 역력하네요. 그러던 중 어느 한 사원에 내렸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말. "오빠" "안녕" 낯선 곳에서 듣는 낯선 이의 한국말소리에 지쳤던 기색은 잠깐 사라지고 궁금증이 폭발합니다. '여긴 대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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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화이트 사원, 바로 신뷰미파고다입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한국말소리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바로 미얀마 꼬마 소년 소녀들이었습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정말 놀랍네요. 그만큼 이곳에 한국인이 많이 오는 걸까요? 사실 이곳에 한국인이 많이 오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합니다. 바로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오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사진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달레이에 온다면 무조건 들려야 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실 저 또한 그런 사진들에 반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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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파고다를 둘러보려고 하자 아이들이 둘러 붙어 꽃을 사달라고 합니다. 고민하다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꽃을 구매합니다. 알고 보니 꽃을 구매하면 아이들이 파고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어줍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300원입니다. 그런데 사진 찍는 기술이 엄청납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아이폰을 저보다 더 잘 다루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다가 문득 아이들의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너네 이름이 뭐야?"


"나는 떼떼. 얘는 쩨쩨."


너무나 이쁜 이름입니다. 떼떼와 쩨쩨라. 이 상황 하고도 뭔가 모르게 잘 어울립니다. 그녀들은 내가 모델인양 포즈를 계속해서 수정해 주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줍니다. 시선과 손끝, 발끝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아요.


소품을 이용해서도 사진을 찍어주는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특히 사진을 찍고 바로바로 사진 보정까지 해줍니다. 나는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참 학교에서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나이인데 생계를 위해서 사진 찍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과 삶을 존중해야 합니다. 저는 비교의 대상을 잠시 접어두고 더욱더 크게 포즈를 취해봅니다.


이제는 제 카메라까지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주네요. 한 명은 핸드폰, 한 명은 카메라. 둘이 싸우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나처럼 하라고.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점점 파고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알고 보니 가장 위쪽에 부처님이 있었고 그곳에 꽃을 내려놓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꽃은 내 것이 아니었고 공양을 드리는 용도였습니다. 아마도 이 꽃을 돌려가면서 계속 쓰는 듯합니다. 그러니깐 내가 낸 300원은 꽃을 산 게 아니라 파고다에서 공양을 드리는 체험, 아이들의 수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받은 대우에 비해서 너무나 적은 돈을 지불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500짯 정도 더 주려고 했는데 안 받겠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이런 일을 하는 게 돈이 목적이 아닌가? 이 아이들은 왜 여기서 힘들게 관광객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것일까? 종교적 신념 때문일까? 지금 나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돈을 받지 않은 건 자신들이 하는 일의 대한 숭고함이고 노동의 가치가 신성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제가 실수를 했던 것이죠. 아이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낮추는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아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떼떼와 쩨쩨는 남 사진은 이렇게 이쁘게 찍어주지만 정작 자신들은 이런 이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을까?' 저는 떼떼와 쩨쩨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받은 것을 이렇게라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얘들아 나 너네 사진 찍어주고 싶어. 여기 서봐 이쁘다."


저를 찍어줄 때는 그렇게 장난도 치면서 시끄럽던 아이들이 사진기 앞에서니깐 긴장이 되었는지 무척 어색해 보였습니다.


"떼떼, 쩨쩨! 좀 웃어봐! 스마일 스마일!"


제가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핸드폰을 가져가서 몇몇 사진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직접 보정까지 했습니다. 자신들의 사진을 골라 보정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보였습니다. 떼떼와 쩨쩨의 사진을 보내줄 방법이 없어서 너무나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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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 순간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지만 너네는 잠시 스쳐가는 한 사람들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너네가 고맙고 그리울 거 같아.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얀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너네를 만나러 여기 다시 오고 싶어. 그때 이 사진을 꼭 전달해 줄게!'


진심으로 떼떼와 쩨쩨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선물해 줘서 고마워 떼떼 쩨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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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떼와 쩨쩨와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우베인 다리에 도착합니다. 우베인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라고 합니다. 직접 목조다리를 걸어보니 긴 세월을 썩지 않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그런지 다리 위에서는 아이스크림도 팔고, 작은 상점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에 베키오 다리가 있다면, 만달레이에는 우베인 다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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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중 다리 밑에 위치한 허름하지만 뭔가 모르게 정감이 가는 한 노점에 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손님이 왔지만 간단한 응대 후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모습, 그리고 상점주인 분이 물건을 팔기 위해 빗자루 질을 하며 무슨 말을 하면, 의자에 누구보다 편안하게 앉아 있는 분이 대충대충 따라 하는 모습이 뭔가 웃겼습니다. 추측건대 아마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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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해가 더욱 붉어집니다. 우베인 다리는 일출 명당으로도 유명한데 다리를 배경 삼아 떨어지는 해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일몰 사진을 찍기 괜찮은 곳을 탐색해 봅니다. 서서히 내려앉는 태양, 미얀마에서의 태양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마자 저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우베인 다리에서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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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만달레이를 다 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만났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같이 있는 저 또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음대로 행복을 객관화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들의 삶에 평안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