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8일 차 / 디독폭포와 만달레이힐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비상사태입니다. 어제 함께 투어를 도와주신 택시기사님이 연락이 되질 않네요. 오늘도 함께 근교여행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말이죠. 완전히 숙소에 발이 묶인 채 동동 기다리고 있는 순간 연락이 왔어요. 자기는 몸이 아파서 못 가고, 오늘은 다른 분이 갈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일까요?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다른 분이 오시는 덕분에 기사님께서 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저희도 한숨 돌리고 택시를 기다립니다.
숙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 로비에서 나가보니 택시가 도착해 있네요.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택시 안에는 전에 바간에서 함께 여행한 동행분이 계시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오늘은 전에 함께 여행했던 동행 분 그리고 새로운 동행분, 만달레이를 함께 여행 중인 동행분들 해서 총 4명이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오늘은 복장도 바캉스 복장이라 완전히 친구들끼리 놀러 가는 느낌입니다. 목적지 역시 지금 상황과 딱 떨어지는 곳입니다. 바로 에메랄드빛 계곡으로 유명한 디독폭포입니다. 만달레이에 이런 폭포가 있다니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 하고 저장했던 곳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폭포는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차가 끝까지 가지를 못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등산이 시작됩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핸드폰도 터지질 않아요. 위치를 기억해 가며 조심히 올라갑니다. 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리고, 작은 계곡도 보여 곧 폭포가 나올 거 같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산에서 추측만으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므로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가며 올라갑니다. 올라가다 보니 디독폭포의 사진 같은 현수막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거의 다온 모양이네요.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에 짠! 하고 에메랄드빛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정말 섬유유연제를 풀어놓은 것만 같은 색이네요. 이런 풍경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계곡에서는 현지인 몇 명이 놀고 있었고,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계곡 옆에는 작은 폭포가 보이는데 저 폭포를 디독폭포라고 부르나 봅니다.
상의를 벗고 곧장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더위가 한순간에 가시는 느낌입니다. 계곡 중간중간 깊은 곳이 있어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수영해야 됩니다. 동행들도 함께 수영을 즐깁니다. 수영을 하며 현지인들과 인사도 나눕니다.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마치 여기는 우리밖에 모르는 곳인데 어떻게 찾아왔지?라는 듯한 표정으로. 섬유유연제를 풀어 넣은 듯 푸른색의 물은 여기서 처음 봐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을 마구마구 찍습니다. 서로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 한껏 포즈도 취해봅니다. 신나게 놀고 다시 택시가 있는 쪽으로 내려갑니다.
각자 숙소가 달라서 잠시 쉬다가 저녁에 다시 만나 만달레이힐을 가자는 약속을 남긴 채 저는 중간쯤 먼저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숙소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있어 그랩 바이크를 잡았습니다. 기사님께 헬멧을 받고 목적지를 확인한 뒤 바이크에 탑승합니다. 물놀이를 해서 그런지 조금은 노곤노곤해지네요.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바이크가 어딘가에 멈춰 섭니다. '여긴 목적지가 아닌데 왜 멈추지? 바이크에 기름을 넣어야 하나? 그러기엔 여기는 주유소도 아닌데?'의문의 꼬리만 물고 이어지는 순간 기사님이 뭐라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하겠더라고요. 따라오라는 표시에 홀린 채 따라갑니다.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식당이었어요. '갑자기 웬 식당?' 어안이 벙벙한 채 가만히 서서 기사님을 쳐다봅니다. 기사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채 환하게 웃으며 밥을 먹고 가자는 제스처를 보냅니다. 어쩌다 보니 만다레이 기사식당에 초대가 된 상황이네요. 사실 평소라면 저는 이런 뜻밖의 상황을 반기는 편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초초할 따름입니다. 시계를 가리키며 시간이 없다는 표시를 기사님께 보내자 또 한 번 밝게 웃으며 금방 밥을 먹겠다고 합니다. 더 이상 재촉을 하면 안 될 거 같습니다. '그렇지... 기사님도 식사를 하셔야지... 그리고 또 나를 위해 이렇게 음식도 차려주셨는데...' 덕분에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의도치 않았던 식사였지만 이런 호의가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고, 덕분에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게 되었네요.
기사식당에서의 예기치 못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덕분에(?) 거의 쉬지 못하고 바로 만달레이힐을 가게 되었지만 기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작은 팁도 드렸습니다. 마지막까지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해주시는 기사님이 떠나고 잠깐의 정비시간에 들어갑니다. 물놀이를 했기 때문에 제 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동행분들과 약속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충 머리를 털어 말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긴 채 숙소 밖으로 나갑니다. 만달레이힐은 왕궁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찾아가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디독폭포를 함께 가지 못한 동행분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니 금방 도착했습니다.
미얀마의 모든 사원이 그렇듯 여기서도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입장해야 합니다.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두고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계단이 길게 이어지고 계단이 끝나면 일반 찻길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중간에 잠깐 멈춰 지도를 보니 애초에 처음부터 입구를 잘못 찾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택시를 타고 위쪽까지 더 올라올 수 있었던 건데 우리는 맨 처음 아래 입구에 내려 거기서부터 올라온 것이었죠. 덕분에 일반 찻길까지 경건하게 맨발로 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우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웃고 넘기며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추억이지 뭐~~"
발바닥이 살짝 아파올 즈음 더 이상 가야 할 언덕은 보이지 않고 하늘과 함께 드넓은 만달레이의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해가 지기 직전에 도착했네요.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포토존을 찾습니다. 네, 저희는 사진의 민족이니깐요. 알록달록한 타일의 액자 속에 담긴 멋진 풍경화를 감상할 시간도 없이 그 풍경 안에 한 명씩 들어가 그림을 초상화로 바꿔버립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여유 있게 주변 풍경을 감상해 봅니다. 이렇게 만달레이에서의 일정도 마무리되어 가네요.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회포를 풀기 위해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야외 테이블이 깔린 근처 꼬치집으로 향합니다. 양곤의 꼬치거리가 생각이 나는 곳이네요. 각종 꼬치와 볶음밥 등 다양하게 식사메뉴를 주문하고, 빠질 수 없는 미얀마맥주를 시킵니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끝내고 먹는 시원한 맥주, 너무 맛있네요. 누가 봐도 한국인이 다녀간 자리 같습니다.
만달레이는 바간과 다르게 화려한 사원들과 다채로운 자연풍경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만달레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조차 곁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 검소함을 항상 가지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갈 때도 가끔 '화려함'만 뒤쫓는 나머지 앞만 보고 달려갈 때가 있지요.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있어요. 그게 작고 하찮게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결국 그러한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너무 앞만 보고 화려함을 쫒지 마시고, 가끔은 옆에 있는 작은 것들도 챙겨보세요.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그럴 때 우리의 화려함이 더욱 가치가 있을 거예요.
저는 이러한 단단하고 검소한 마음을 더 채우고자 껄로로 넘어갑니다. 그곳에서 소수민족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곳에서는 또 어떠한 일들이 생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