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0일 차 / 껄로 트레킹 1일 차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합니다. 시간은 새벽 4시. 기온은 9도. 하지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덜덜 떨리는걸 보아하니 체감온도는 2-3도가 되는 듯합니다. 덕분에 잠은커녕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지네요.
저는 지금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가까운 한 숙소에 와 있습니다. 껄로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구글맵으로 근처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검색해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한눈에 봐도 낡은 숙소였지만 다른 선택의 대안이 없었습니다. 밖에서 아침까지 보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추위로 인해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는 작은 계획조차 무산되어 차라리 몸을 움직여 체온을 높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일찍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새 추위에 맺힌 이슬이 아침햇살에 비치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어젯밤의 음침하고, 무서웠던 곳이 맞는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네요. '꼬르륵' 배꼽알람을 끄기 위해 근처에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갑니다. 커피와 함께 진열대에 보이는 납작한 빵을 함께 주문합니다. 소스에 찍어 먹으니 꽤 별미더라고요? 따뜻한 음식과 커피가 몸속으로 들어가니 추위가 한결 풀리는 거 같습니다.
식당을 찾으면서 주변을 잠시 둘러봤는데 껄로에는 다양한 트레킹 회사가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트레킹을 알아보았을 때도 각 회사들마다 트레킹의 특징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아직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고민이 됩니다. '후루륵... 후...' 커피 한잔을 들이키며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해 봤자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직접 방문해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800짯을 식당주인에게 건네고 기분 좋은 인사와 함께 식당 밖으로 나갑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서 봤던 '정글 킴'이라는 회사에 가보았습니다. 제가 너무 일찍 와서 일까요? 회사에는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아무도 없더라고요.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아 '엉클쌤'이라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엉클쌤'도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는 회사입니다. 이곳은 소수민족의 집에서 현지식으로 잠도 자고, 트레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하다고 하여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1박 2일 트레킹 가격은 35,000짯.
출발시간이 되니 다들 어디에 있었는지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브리핑을 마치고 차에 탑승합니다. 창 밖 풍경은 사람 사는 동네에서 자연이 우선인 지역으로 바뀝니다. 껄로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어디가 도착지라고 해도 믿을만한 곳들을 지나 진짜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1박 2일 동안 우리의 트레킹을 이끌어 줄 가이드 두 분과 함께 합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텐션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살아납니다.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트레킹 코스는 완만했고, 미얀마 고유의 소박함과 친절함을 느낄 수 있어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함께 걷는 친구들과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표정으로 보아하니 저랑 느끼는 감정이 같지 않을까 싶네요. 하나같이 소년 소녀 같은 표정들입니다.
쉬어가는 동안 현지인들의 일터도 방문하고, 집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듯해서 조심스러웠지만,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유지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 버린' 삶의 방식에 끼여 맞추려고 발버둥 치는 현대인의 삶을 반성하게 됩니다. 내가 행복하다면 그게 정답이겠지요, 누가 뭐라 한들 의미가 있겠어요?
아이들의 소리가 가득한 학교도 방문합니다. 첫 해외였던 미얀마, 그리고 그때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교육봉사를 준비하며 걱정도 많이 했지만, 우려와 달리 너무 즐겁게 참여해 준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이들과 비슷한 또래였는데 말이죠. 학교 옆에는 작게나마 만들어둔 유치원 공간이 보입니다. 작고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 아이들 모습만 봐도 유치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렇게 1일 차 일정이 마무리되고, 1박을 할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목조식 구조의 현지 느낌 가득한 공간이네요. 주변에 작은 슈퍼도 있고, 현지인 분들도 거주하는걸 보아 작은 마을인가 봅니다. 어디서 낯선 사람들의 인기척을 들었는지 우리를 구경하러 삼삼오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아이들과 놀아줍니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놀이가 끝날 생각이 없네요. 아이들은 여전히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미안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맛있는 냄새에 발이 발이 이끌립니다. 화롯불에만 의지한 채 저녁을 하고 있는 분들이 보이네요. 저녁은 접시가 넘칠 듯이 음식이 가득 차 있네요. 트레킹을 한 저희를 배려한 듯 넉넉히 준비해 준 모양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나무 천장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저녁을 먹기 전 저와 함께 아이들과 놀아준 한국인 부부가 한 말이 떠오르네요.
"우리 부부는 세계여행 중이야. 유럽, 남미, 아프리카를 거쳐 미얀마로 왔어. 사실 아프리카에서 소박한 현지인들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경험한(물론 여전히 많은 곳들이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아프리카는 전부 상업적인 것들이었어. 특히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현대화가 많이 되었던 거 같더라고.
하지만 여기, 미얀마는 다르더라. 오늘 트레킹을 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느껴보고 싶은 현지인의 일상을 제대로 느껴본 거 같아. 이 분들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드리고, 상업화가 되겠지만 지금 모습이 최대한 유지되었으면 좋겠어. 너도 트레킹을 하는 동안 마음을 열고 지금 이 순간을 느껴봐. 세계 어딜 가도 이런 모습, 이런 일상에 들어가 보는 것이 쉽지 않으니깐!"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면서, 그리고 기꺼이 낯선 우리들에게 일상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감사하면서 걸어야겠지요.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되네요.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면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