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아름다운 껄로 트레킹

여행 11일 차 / 껄로 트레킹 2일 차

by 떼오 Theo
왜 내가 미얀마까지 와서 트레킹을 하게 되었을까?


여전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트레킹을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를 엄청 했을 거 같네요. 결론적으로 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으니 말이에요.

오늘도 '가장 좋았던 순간'의 한 챕터를 완성하기 위해서 힘차게 걸어보자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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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아침이 밝았어요. 어디선가 익숙한 탄내가 난다 싶더니 동네 주민분이 지푸라기를 태우고 계시더라고요. 껄로의 아침은 꽤 쌀쌀합니다. 긴 옷으로 추위를 감추기에 모자라 불을 피워 다 같이 몸을 녹입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눈빛을 통해 따뜻함과 감사함을 공유합니다. 잠이 덜 깬 탓에 저도 모르게 불멍을 하던 중 아침식사를 하라는 소리를 듣고야 불멍에서 깨어납니다. 꽤 풍성한 아침입니다.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빈속을 채우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속을 달랩니다. 소박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침식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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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하기에 앞서 저희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밥을 제공해 주신 주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른 아침 자욱하게 낀 안개를 헤치고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해가 뜨니 자욱했던 안개도 조금씩 걷힙니다. 안갯속에 숨어있던 풍경들이 아름답게 반짝거립니다. 황금빛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를 보고 있자니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면서 잔잔한 미소가 얼굴에 번집니다. 천천히 걸어갑니다. 정말 천천히.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제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속도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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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어느새 인레입구에 도착합니다. 인레로 들어가려면 도시세를 내야 해요. 15,000짯.

그리고 인레에서의 점심시간.


점심을 먹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겨봅니다.


우리에겐 어쩌면 관광코스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삶의 일부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내갑니다. 벌써 그들의 일상이 상품화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지금처럼 변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대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미얀마 아이들의 순수함은 저를 미얀마로 다시 오게 할 정도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상품화가 되어 변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미소는 영원히 '아름다움'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깔깔거리는지 얼굴에 바른 타나카가 다 벗겨질 정도로 웃던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잠깐의 여유시간을 마치고 인레로 들어가기 위해 부지런히 출발합니다. 그새 다리가 굳었는지 말을 듣질 않네요. 몸이 무겁습니다. 트레킹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트레킹 초반만 하더라도 정리가 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어요.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었어요!

생각이 없어지면서 정리가 자연스럽게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더군요.


어이가 없어 속으로 '피식' 거리지만, 입꼬리 한쪽이 치켜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밖으로 어이없는 웃음이 튀어나와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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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됩니다. '배라니! 이제 걷는 건 끝인 건가?' 살짝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보트에 가방을 먼저 싣고, 한 사람씩 조심히 배에 탑승합니다. 목조로 만들어진 배는 거친 나무소리를 내며 요동치더니 어느새 안정감을 되찾고 자기 자리를 찾아갑니다. 트레킹은 여기까지입니다. 1박 2일 동안 즐겁게 가이드를 해준 소녀들에도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차오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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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에 도착해 트레킹 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듯한 관광코스를 돌아봅니다. 먼저 뾰족뾰족한 사원이 인상적인 '까꾸사원'이라는 곳을 둘러봅니다. 높게 솟은 사원과는 대비되는 이름이 참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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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양이 사원으로 유명한 '응아페짜웅 사원'이라는 곳이네요. 이름이 어렵습니다. 사원 초입에는 인레를 상징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기념품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자세를 하고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가 보이더라고요? 사진과 방금 전 기념품으로 보았던 바로 그 어부입니다! 한 손에 큰 통발을 들고 배 끝에 한 발로 서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기이하면서 신기합니다. 지금도 실제로 저런 자세를 취하며 물고기를 잡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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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는 바다같이 정말 넓습니다. 호수를 가로질러 지금까지 지나쳐온 곳들만 해도 많은데 실제로 수상가옥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어느새 호수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한 지점에 배가 멈추더니 마침내 모든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트레킹이란 단순히 걷고 끝나는 일정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죠. '내가 이 멀리 미얀마까지 와서 1박 2일 동안 걸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단순히 걷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죠. 걸으면서 미얀마 소수민족들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거주하는 가옥과 식사도 공유할 수 있었고요.


소박하고 아름다웠던 1박 2일이었습니다. 자연이란 이과수 폭포처럼 '웅장함'도 있는 반면, 바람에 꺾일 듯이 날리는 들풀의 '연약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더 강하고, 약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닙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볼 때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할 수 있거든요.


"아디오스!"

(스페인권에서 온 분들이 많아서 간단한 인사는 스페인어로 하곤 했습니다)


함께 한 일행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마음속으로 '작은 거에도 감사하고, 서로 배려함며 행복하게 살자'라고 다짐해 봅니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선한 영향력이 펴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이제는 꿈같지만 트레킹 당시의 제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다짐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