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경선

여행 12일 차 /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육로로 국경 넘기

by 떼오 Theo
미얀마 여행을 한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정확히는 12일 차. 처음 미얀마라는 낯선 나라에 오게 되었을 때,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하게 되리라 생각은 했었을까요? 무엇이 절 이렇게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미얀마의 여러 도시를 거쳐 이곳 인레라는 곳에 도착하면서 마치 수련을 마무리하는 수도승들과 같이 마음 한켠이 고요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마음이 드는지 깨닫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어요. 여행을 통해 수련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힘든 인내를 거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IMG_8636.jpeg


왁자지껄했던 지난 여행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금 혼자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숙소 정할 때,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잠자리는 불편해도 조식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호스텔에서도 조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 많기 때문에 조식에 대한 후기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죠. 여행내음 가득한 낯선 호스텔에서 누군가는 바삐 움직이고, 누군가는 잠을 더 자고, 누군가는 새로운 친구들과 떠드는 소리와 행위들을 배경 삼아 잠시 생각에 잠겨(잠이 덜 깬걸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조식을 먹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인레에서 역시 조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송 오브 트레블 호스텔'에서 일종의 만족의 표시인 고개를 끄덕이며 잠에서 깨어봅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으니 힘이 나는 건 당연한 거겠죠? 마침 숙소에 자전거가 있더라고요?


'잘됐군... 소화도 시킬 겸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둘러봐야지.'


IMG_8638.jpeg


정돈이 안된 느낌 속에 섞여있는 비교적 최신식 건물들. 누가 그린 지 모르겠지만, 바간에서 그림을 팔던 소년처럼 샘솟는 예술의 혼을 발휘할 곳이 없어 그린 벽화, 호수로 이어지는 길목에 집집마다 마치 수호신 마냥 지키고 있는 버펄로들. '이게 말로만 듣던 버펄로 재테크인가?'


IMG_8646.jpeg


근처에 카페에 들러 밀린 사진정리도 하고, 점심이면 생각나는 미얀마식 국수 '샨누늘'을 먹습니다.


슬슬 인레를 포함하여 미얀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지옥의 이동 일정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육로로 국경 넘기'를 실현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호기롭게 육로이동을 선택했지만 후기를 보면 결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다짐과 함께 경로를 찾아보았습니다.


IMG_8657.jpeg
IMG_8660.jpeg


우선, 인레에서 미얀마 국경지대인 미야와디로 가야 합니다. 참고로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가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한 말이지만) 인레에서 가장 가까운 국경선인 미야와디를 선택하게 되었고요.

숙소에서 버스티켓을 끊어주는 서비스가 있어 전날 미리 미야와디 행 버스티켓을 예매했습니다. 미얀마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이 비교적 현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나라를 여행할 때는 현장에서 또는 숙소의 도움을 받아서 그때그때 이동 편을 예매하는 것이 편합니다.


IMG_8670.jpeg
IMG_8671.jpeg


인레라는 곳이 교통수단이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숙소에서 버스티켓을 예약하면 숙소로 픽업을 와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줍니다. 사실 터미널은 아니고 작은 버스회사입니다. 인레에서 미야와디까지는 16시간입니다. '과연 사람이 1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가능할까요?'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도 저는 이동 중입니다. '조금 힘드네?'라는 생각이 들쯤이면 한 번씩 멈춰 휴게소를 들리더라고요. 남은 짯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 끼니를 때우고, 버스에서 먹을 요깃거리도 구매합니다.


IMG_8695.jpeg


인레에서 17시에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오전 11시가 되어야 미야와디에 도착합니다.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 더 걸려 총 18시간이 걸렸네요. 사람이 1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했는데 18시간도 가능하네요.


미야와디에서 국경지대인 매솟이라는 곳까지 툭툭이를 타고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곳까지 걸어가려 했으나 너무 덥고 힘들어 결국 툭툭이를 탔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미얀마 국경지대에 도착했습니다.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태국입니다. 이렇게 미얀마의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IMG_8700.jpeg


사실 저의 여행은 끝이 나질 않았어요. 태국과 캄보디아를 더 여행할 예정입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앞으로 보름간 더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감히 미얀마에서의 12일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미얀마를 오기 위해서 동남아 배낭여행을 준비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깐요. 앞으로 이런 여행을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이 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마음속 깊이 보관합니다. 이번 미얀마 여행기도 그리울 때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