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9일 차 / 여행에도 주말이 필요해
간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만달레이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네요. 이틀 동안 정말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덕분에 만달레이라는 곳이 아주 밀도가 높은 곳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말하는 밀도는 인구밀도가 아니라, 많은 곳을 둘러본 덕분에 생긴 제 기억 속의 주관적인 도시 밀도입니다. 허상의 밀도라고 할까요?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습니다. 유일한 일정이라곤 밤에 야간버스를 타고 껄로로 넘어가는 일정뿐입니다. 그래서 느지막이 일어나 간만에 여유를 즐겨봅니다. 근처 카페에 가서 지난 여행동안 밀린 사진정리와 일정정리도 하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 로컬장소를 즐기는 편이지만, 노트북을 하기 위해서 쾌적한 카페를 찾아 나섭니다. 만달레이 왕궁 아래쪽에 위치한 'Goffee-Coffee' 가 괜찮아 보이네요. 이름도 참 재밌는 곳입니다.
자리를 잡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한 뒤 노트북을 켭니다. 핸드폰 용량을 비우기 위해 사진들을 구글 드라이브로 옮깁니다. 만달레이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네요. 왕궁호수 주변을 산책하던 커플과 가족들, 마하간다용 수도원의 수도승들, 신뷰미 파고다의 떼떼와 쩨쩨, 식사자리에 초대한 그랩 바이크 기사님 등. 그들과의 만남이 최대한 기억되길 희망하며 한 장 한 장 소중히 구글 드라이브에 옮겨봅니다. 어느덧 핸드폰의 용량에 꽤 여유가 생겼어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기억들로 가득 채워지겠죠?
카페에서 우연히 동행 분을 만나 못다 한 여행 이야기를 나눕니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정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동행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만달레이에서는 동행 분들에게 더욱 의지를 했던 거 같네요.
만달레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약도 챙겨주시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감정도 거리낌 없이 함께 공유하고, 맨발로 길을 잃어도 즐겁기만 했어요. 저는 평소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걸 어려워해요. 그래서 항상 여행도 혼자 가는 편이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느낀 감정을 공유할 대상이 있다는 것, 이것들만으로도 너무 든든하고 여행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여행 당시에는 표현하는 게 어색해서 전하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시간이 꽤 흘렀어요. 맡긴 짐을 찾으러 다시 숙소로 향합니다. 무작정 지나쳐 왔던 거리들의 풍경들을 마지막으로 담아봅니다. 껄로까지 갈길이 멀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 전에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해요. 근처에 있는 식당을 검색해서 저렴하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들어갑니다. 아니, 앉습니다.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곳이네요. 치킨과 누들을 주문해 든든하게 먹습니다. 미얀마에서 누들은 실패할 일이 없거든요.
이제 만달레이와 작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큰 짐이 있어 바이크는 안될 거 같아 툭툭이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가는 중 주유도 하는 툭툭이. 이제는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네요. 사람 냄새나는 이런 일상도 그립겠지요?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해 미릴 예약한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껄로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네요. 잠을 자기에는 그렇군요. 길도 위험하고, 산을 굽이굽이 통과하는데 옆이 바로 절벽이더라고요. 무서워서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껄로에 빨리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버스에서 좀 자고 6시쯤 도착해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주변 좀 구경하다가 트레킹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은 꼭두새벽이에요.
어둡고 낯선 곳에 덩그러니. 무방비 상태로 버려졌네요.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