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는 명암이 공존한다. 높은 빌딩, 명품으로 가득한 쾌적하고 화려한 쇼핑몰과 낡고 오래된 주거지, 지저분한 골목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상반된 거리의 풍경만큼이나 이 도시 사람들의 삶도 그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어학원 가는 길목에 항상 고정된 자리에서 구걸을 하는 걸인이 있다. 그와 나의 출근(?) 시간이 비슷해서 나는 종종 그가 자신의 소지품을 가지런하게 정돈하며 자신의 공간을 구축하는 모습을 본다. 비닐봉지에 담은 황갈색 수프를 벽 쪽에 세워두거나, 다 뜯겨서 흐르적거리는 담뱃갑에 꽁초를 주워 담거나, 남들이 버리고 간 빈 박스에 무엇인가 주어 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의 특별한 행동에 잠시 멈칫했다. 그가 주머니에서 더러운 헝겊 뭉치를 꺼내더니 자신이 앉을자리와 그 주변을 천천히 닦아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어학원에 갈 때마다 그의 행동을 예의 주시했다. 그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 무력하고 생기 없는 얼굴로 느릇느릿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그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마르고 검은 몸에 그의 몸만큼이나 낡은 홑겹의 옷을 걸치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삶의 모든 기운을 소진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음 날 아침 그는 예의 그 더러운 헝겊 뭉치로 자신의 자리를 닦고 있었다.
저 행위는 뭘까? 나는 그것을 그의 품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마지노선 같은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구걸밖에 없는 그에게도 그런 위엄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그의 삶을 멋대로 상상하거나 그 어떤 평가나 재단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가 매일 의식처럼 하는 행위는 내가 이 도시에서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 이 도시는, 화려한 빌딩이 아닌, 낡고 더러운 헝겊 뭉치로 자신의 자리를 닦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