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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Dec 25. 2020

일상 속 작은 사치

말캉말캉한 일상

2020년 12월 25일 현재 서울에서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애기 둘을 가진 우리 부부는 4인 가족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아주버님 댁도 방문을 못하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댁에도 방문을 못하고 있다.  지방 대전에 살다가 서울에 오니 코로나의 심각성이 더 와 닿는 하루하루이다. 이사온지 열흘이 된 지금 집 밖을 나가본지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여보니 4년여 동안 살다온 집 모습이 아직까지 그립다. 그리고 대전과 이별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위해 잠시 누렸던 나의 사치들을 잠시나마 떠올려보았다.





첫 번째로 한일은 스타벅스 별들을 잘 처리하고 내년 다이어리를 받았다. 아무리 참새방앗간인 스타벅스지만 두 달 안에 별 17개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가장 쉽게 절약하면서 모으는 방법은 평소 스타벅스 쿠폰을 받으면 잘 가지고 있다가 이때 쓰면 좋은 거 같다. 그리고 가장 싼 에스프레소를 별 개수만큼 주문하면 생각보다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로 한 달 만에 다이어리를 만났다. 회의가 없는 프리랜서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감사일기 적을 때 주로 잘 이용하였다. 서울 와서 집 근처에도 없고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꺼려지는 상황에 별 처리를 하고 받아온 것이 뿌듯했다.



두 번째는 대전에서 유명한 성심당에서 여태 못 먹어본 빵들을 다 사 왔다. 자주 가던 dcc 성심당점에서 일반 빵 말고 케이크 파는 성심당 부띠끄에서 안 먹어본 빵들이 있어 언제 먹어보겠냐는 마음으로 사 왔다. 무화과 타르트 고르곤 치즈 타르트, 성삼당 미니 파운드 케이크, 교황님의 치즈 스콘 등 모두 맛있었다. 4년 동안 살면서 조금 늦게 만든 회원카드였지만 2만 4천 원 적립금으로 아기 백일 케이크를 사고 나머지 빵들은 제 돈 주고 샀다.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었던 유명 빵집을 이제는 기차역에서만 간간히 볼 수 있냐는 아쉬움을 다시 한번 달래 본다.



예전 살던 집은 위치도 좋았고 아담한 멋진 시내와 가까워서 문화생활을 많이 누렸었다. 택시 타고 10분 걸어서 20분이면 영화관, 음식점, 백화점 등 가득한 곳이었다. 특히 알라딘 서점은 전국에 매장이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 동네 가까이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집 앞 도서관을 이용했었는데 없을 때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갔었다. 남편과 이사 전 필요한 것을 사러 가던 중 알라딘 중고서점에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고 정말 읽고 싶었던 책 2권을 얼른 구입했다.  넓고 넓은 서울 한 복판에서 이 중고서점을 언제 갈지 모르기 때문에 한치 고민 없이 구입했다. 수많은 중고 책 중에서 내가 찾던 책들이 동네 중고서점에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 마음으로 달려갔었다.


이사를 핑계로 느긋하게 즐겼던 나의 소소한 행복들을 빠른 시간 내에 누리고 온 기분이다.  지금은 집콕을 하며 새로 이사 온 집안에서 물건을 버리는 재미와 정리하는 조그만 기쁨을 가지고 살고 있다.  


공간이동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내가 머물렀던 곳의 소중함을 느끼며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도 빨리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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