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 때는 공룡이었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서서히 어른이 되면서 공룡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는 한다. 고생대니 중생대니 하는 것들도, 어린 시절의 일기장 한편에 적힌 메모처럼 빛바랜 채 까맣게 잊어버린다. 나의 어린 시절 역시 마찬가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공룡 같은 것에는 관심을 뚝 끊게 되었다. 관심을 왜 끊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무리 고민하고 상상해봤자 무엇하나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점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일이라는 게 보통 그렇듯 관심을 주었던 이유야 있더라도 관심을 끊게 되는 이유 같은 건 없지. 공룡 따위 어떻게 됐든 알게 뭐람.
내가 어릴 때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됐던 건, 당시에 전례 없던 흥행 대기록을 가진 영화, 쥬라기 공원의 영향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어린아이들도 똑같이 공룡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가 쥬라기 공원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이유야 차치하고라도 쥬라기 공원은 12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었으니까. 분명 어린아이의 어떤 속성이 공룡을 좋아하게 만드는 걸 테다. 마치 그 당시에 날아가는 참새 똥구멍을 보면서 이유 없이 낄낄댔듯이.
그리고 종종 나는 길거리에서, 카페에서, 윗집으로부터의 층간 소음을 통해 어린아이들을 본다. 동시에 나는 생각한다.
꼭 작은 공룡 같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미처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무자비한 걸음걸이로 쿵쿵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지. 악의란 조금도 없이 주변 사물을 파괴하거나 작은 동물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어쩌면 아이들이 공룡에게 흥미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딘가 나와 닮은 모습에 끌리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도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데 웬 공룡이 나타나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나도 그 공룡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공룡은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방싯방싯 웃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으므로 나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비해 공룡을 목격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구나.
뉴스에서 공룡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한 지 몇 해가 지났다. 과거, 인류 이전에 존재했던 커다란 공룡의 멸종이 자연에 의한 문제였다면, 이 작은 공룡들의 멸종은 무엇에 의한 문제로 기록될까. 작은 공룡들만큼은 그들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