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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명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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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Mar 29. 2024

3시간 명상에 도전한 날


뜨거운 차나 커피 한 잔을 들고 명상방 겸 글방으로 들어간다.


 하얀 책상 앞 하얀 벽에는 하얀  A4용지 한 장에 쓴 향후 10년 목표가 붙어 있다.

 올해는 특별히 월별로 20자 내외의 계획이 적혀 있는데,  이번 달에 아직 하지 못한 '긴 명상(3시간+)'도 보인다. 3시간 이상 명상하라는 얘기.


 명상의 시간과 깊이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길이를 늘리면 깊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한동안은 생각의 소음과 잔상이 맴돌기 때문. 커피 머신의 물을 예열하는 시간도 날씨에 따라 달라지듯, 마음속 흙탕물의 흙이 가라앉는 시점 또한 매번 다르다.


 약 1년 반 전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그땐 5분 명상에도 자신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15분, 30분, 50분... 계속 늘어난 지금은 오전과 저녁 1시간씩, 하루 평균 2시간 명상하지만 늘 부족한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점점 더 모르게 되는 것처럼. 이 산이, 내가 이번 생 안에 오를 수 있는 산인가? 싶은 의구심이 꿈틀거리는 순간도 있다. 배운 대로라면, 다 가능하다.

 신과 자신이 하나라는 믿음 그리고 실천 능력에 달려있을 뿐.





 며칠 전 휴일. 반려자가 늦잠을 자게 마련인 오전 동안 3시간 명상을 계획했다. 담담히 앉아 평소처럼 기초 명상기법과 크리야요가를 수행하고, 1 턴을 끝낸 후에는 자유롭게 보충 명상기법을 연습했다.


‘한번에 2시간까지는 괜찮았으니 3시간도 별 탈 없이 흘러가겠지?’


 겉으로 보기에 명상은 그저 가만히 쉬거나 거의 자는 것처럼 보인다. 바깥에서는 대부분의 카페가 여유롭게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듯. 자신의 호흡을 남의 그것인양 가만히 관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보이지 않지만 내적으로 할 일이 많다는 건 명상을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날은 명상 중에 서서히 뒷목 통증을 느꼈다. 핸드폰을 켜보니 막 2시간이 지났다.

 늘 앉는 의자에서 척추를 곧게 세우고 있는데 뭐가 문제지? 이런 적이 없는데.

 무시하고 참으려 해도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도저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갔다.

 하. 뭔가 잘못됐구나.


 감은 눈을  다시 떴다. 2시간 36분.

도저히 24분을 더 채울 수 없는 고통이다. 명상을 마치고 일어나기로 했다.


깊은 명상의 수행은 장시간 앉아있어도 몸이 안정되고 이완되며, 마음이 방해받지 않아 전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명상 내내 의식을 모으는 지점에 집중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턱이 기준점에 비해 조금씩 들려 앞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긴 명상을 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미 공부한 교재를 펼쳐 다시 정확한 자세를 확인했다.

영혼과 정신의 결합을 가져오는 모든 기술은 요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아사나는 몸이라는 제단의 기초적인 토대가 된다. 인도의 현자 파탄잘리는 라자 요가(고대 왕실의 요가로 크리야요가를 포함)의 체계를 8단계로 설명한다.


1) 야마(금지규칙) - 삼가야 할 생각과 행동

2) 니야마(규범) - 해야 할 일

3) 아사나(움직이지 않는 연습)

4) 프라나야마(생명력 조절)

5) 프라티아하라(마음의 내면화)

6) 다라나(집중)

7) 디야나(명상)

8) 사마디(연합)


1단계와 2단계는 생활 속 도덕규범이지만 3단계부터는 실천을 통해 익혀야 한다. 이전 단계를 완전히 숙지하고 결합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고, 시간 때우듯 대충 해봐야 돌아오는 것이 전혀 없음을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론적으로는 8단계까지 미리 공부했지만 현실은 아직 3단계에 머물러 있다니

조금 더 일찍 장시간의 명상을 경험했다면 좋았겠구나 싶다.

며칠간 자세를 잘 가다듬어 말일에 한 번 더 도전해야지.



P.S.

멀리서라도 함께 하는 명상은 서로와 우주에게 도움이 되므로 명상 예정 시간을 남겨둡니다.

3월 31일(일) 오후 9시부터 12시(자정)까지.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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