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자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항상 내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남아돌았으니까.
할일이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곤했으니까.
애 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일상을 채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인지.
내것에 집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를 낳으니 내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내 주어진 시간은 내 의지대로 생긴 것이 아니라 아이가 허락하는 만큼만 주어졌다. 체력도 육퇴 후 아이가 남겨준 만큼만 주어진다.
자는것, 먹는것, 화장실가는것 까지, 주말은 24시간 풀케어에 하루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은 것도 불가능. 여행을 가도 시간과 에너지와 비용은 몇배로 드는데 갈 수있는 곳, 먹을 수 있는 것도 몇개 없다.
똥싼 아이가 기저귀를 갈지 않겠다고 도망가고 숨고 철푸덕 앉아버리고. 욕실까지 겨우겨우 데리고 가서 욕실에서 씻는 순간에도 샤워기를 뺏고. 머리하나 감기고 양치한번 하는데도 무슨 애를 잡는게 되어버린다. 씻고 로션바르기는 사투를 벌여야지만 가능. 애기 피부가 터실터실 고마 마음에 안들어도 어쩔수가 없다. 정말 육아는 내마음대로 되는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를 낳고 가장 우울했던 것은 바로
내가 하고 싶은건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때. 그와 동시에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뼛속깊이 처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둘째 두돌쯤부터 조금씩 전투육아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고 (아직 진행중이긴 하지만) 애들이 어린이집을 잘가게 되면서 하루 딱 6시간 오롯한 내 시간이 생겼다.
해야하는 것들로만 가득찬 삶에서 벗어나
내가 사랑하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가기 시작하며 역할이 아닌 존재로서의 나 자신을 느낀다.
이제는 내 하루를, 내 나날들을, 내 삶을
절대 타인의 뜻대로 내버려두지 않아야 겠다는
강력한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다.
"아~ 뭐 할라했는데 시간 다가버렸네"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되었다.
사람들은 늘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시간이 무한한것 처럼 쓴다.
어영부영 대충,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돈처럼 생겼다 없어지고를 반복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보면 없어지고만 있는 중이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육아를 하면서 줄어든 시간이 금같고 피같이 느껴지게되니 비소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간에 내 의지로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
요즘 내 삶에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포인트다.
그런 의미에서 "뭐라도 하자!"
춥다고 누워있지만 말고!
(금요일 오후, 월요일 아침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주말을 앞두고 씀..육아맘들 주말 화이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