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2화 떨림
“프랑스를 여행하실 계획인가 봐요? 저도 여행가는 중이거든요.”
“아.... 네, 첫 유럽여행이라 두근거리는데 비행기가 흔들려서 더 떨리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로 살짝 떨리는 듯 했다.
“그렇죠? 저도 비행기에서 그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파리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세요?”
“일단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할 생각으로 왔어요. 자동차 렌트해서. 고흐를 좋아하거든요. 고흐가 사랑했던 아를에도 가고 싶고, 오베르에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다음은 상황에 따라가 보려고요.”
“어머? 저도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반 고흐> 영화 보고 오베르에 가보고 싶었는데...... 그 영화는 고흐가 요양하러 오베르에 오면서 시작하잖아요.”
“우와, 자크 뒤트롱이 주연했던 그 영화를 아세요? 고흐가 죽기 전 67일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 그거 꽤 옛날 영화인데?”
“저도 고흐를 엄청 좋아해서요. 예술극장에서 찾아봤어요. 빈센트 반 고흐의 책이랑 영화는 대부분 사 모으고 봤던 편이에요. 히힛!”
“저랑 비슷하시네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늘 고흐가 떠올라요. 살아서는 지독히도 가난했고, 인정받지 못했던 화가였던 고흐는 얼마나 외롭고 불행했을까......”
“어머, 그림 그리시는 분이세요?”
“그냥, 조금씩 그려요.”
“살아서는 단 한 점밖에 팔리지 않았으니...... 팔리지도 않는 그림을 죽기 살기로 그려냈던 고흐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내 그림이 팔리지 않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그림의 가치를 깨닫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내 그림이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 말이 동생 테오에게 썼던 편지에 나오죠?”
“맞아요. 영혼의 편지요. 오베르에 있는 고흐 무덤에 가서 술 한 잔 따라주고 싶어요. 당신의 그림은 정말 괜찮았다고요.”
“후후후! 비행기 안에서 또 고흐 제사 지내시는 분 만났네요.”
“도착하면 저녁이라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묵고 출발하거나 피곤하지 않으면 그냥 가는 데까지 남쪽으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어요.”
“정말요? 렌터카로 그 멀리까지 혼자서요?”
“네. 첫 유럽여행인데 짐 끌고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다닐 생각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제가 가고 싶은 곳을 편하게 다니기엔 대중교통이 쉽지 않고요. 자유롭기도 하고. 유레일패스, 대중교통 비용 합친 거랑 별 차이도 없고 해서 일단 렌터카에 도전해 봤어요... 다녀온 사람들 책 읽어보니까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혼자서 자동차 여행! 멋있어요.”
“그런데 파리에 가까워질 수록 걱정이 되긴해요. 큭큭큭... 아, 그러고 보니 파리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넘을 텐데, 숙소는 예약하고 오신거에요?”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해 뒀는데, 약간 걱정이에요. 너무 늦어지면 택시를 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우선 내려서 대중교통을 확인해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