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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Sep 17. 2024

마이언펠트,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나는 길

스위스 마이언펠트

역시 여행이 체질에 딱 맞는건지 완벽한 컨디션으로 일어났다. 여름의 유럽은 새벽부터 햇볕이 쨍쨍이었다.

알프스의 맑은 공기 때문일까, 몸이 가뿐하고 기분도 상쾌했다. 오늘의 첫 아침을 혼자 조용히 만끽하고 싶어, 나는 가볍게 옷을 입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거리는 아직 한산했다. 이른 아침의 인스부르크는 어제의 활기찬 분위기와 달리 차분하고 고요했다. 나는 천천히 구시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프스 산맥이 멀리서 어슴푸레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 위로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아침 공기가 얼마나 신선한지 느끼게 해줬다. 거리는 적막했지만, 새벽의 정적이 주는 평온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인강으로 다가갔다. 어제는 일행과 함께 강변을 걸었지만,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은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고요한 물결이 잔잔하게 흐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는 기분은 참 좋았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조식당으로 향했다. 조식당에 들어서니 일행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윌이였다. 그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어, 일찍 일어났네요! 산책이라도 다녀온 건가요?"


"네, 좀 일찍 깼어요. 아침 공기가 너무 좋아서 잠시 걸었습니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자, 캐럴이 커피잔을 들며 말을 건넸다.

"그 새벽에 산책이라니, 대단해요. 저도 좀 일찍 일어나서 조용히 차 한잔하고 있었어요."


젠이 빵을 뜯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가 워낙 조용하고 아침이 아름다워서 일찍 일어나면 참 기분 좋더라고요. 공기가 얼마나 맑은지!"


데비가 웃으며

“그럼 다들 잘 주무신거죠? 저는 어제 잠들자마자 꿀잠 잤어요. 완전 푹 쉬었죠!"

라고 말했다.


"저도요,"

지니가 빵과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어 보이며 동의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알프스의 풍경을 만끽할 생각이니까 에너지를 좀 모아둬야겠죠?"


모두가 상쾌한 아침 기분에 기분 좋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숙소에서의 아침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더 특별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스위스 국경을 지나 마이언펠트, 쿠어, 아로사로 이동하는 날이다. 마이언펠트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모두의 시선을 끌며 웃으며 말을 꺼냈다.

"여러분, 구글지도를 잘 활용하면 이번 여행이 훨씬 편해질 거예요. 다들 스마트폰에 구글지도 있죠?"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는 모습에, 나는 자신감을 얻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구글지도 없이는 여행하는 게 상상도 안 되죠. 우리나라에서는 힘들지만 여기 유럽에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도 정말 훌륭하거든요. 목적지를 설정하면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반영해서 빠른 경로를 안내해줘요. 우리가 가는 알프스 쪽은 도로가 많지 않으니, 예상보다 훨씬 빠른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근데 중요한 건, 이게 단순한 길 안내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라고 말하자, 모두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여정 중에 가고 싶은 음식점이나 관광지를 미리 검색해서 예약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인스부르크에 도착하기 전에 구글지도를 켜서 근처 음식점을 검색하면 리뷰도 보고, 메뉴도 미리 확인할 수 있죠. 또 어떤 곳은 아예 예약도 가능합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데비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럼 오늘 저녁 아로사에서 갈 만한 식당도 미리 찾아볼 수 있겠네요?"

"물론이죠,"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심지어 메뉴도 미리 보고 고를 수 있어서 도착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관광지도 구글지도로 예약하거나 티켓을 미리 구매할 수 있어요. 덕분에 시간을 아끼고, 더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죠."

"그럼 유명한 관광지에서 줄을 서는 시간도 줄일 수 있겠네요?"

캐럴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습니다," 내가 자신 있게 답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마이언펠트에서 가려는 하이디의 집이나 성당 같은 곳도 구글지도로 정보를 확인하고 미리 티켓을 사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어요. 일정이 빡빡할 때 정말 유용하죠."

모두들 구글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 구글지도를 잘 활용하세요. 길 찾는 것뿐만 아니라, 맛집 찾기, 티켓 구매, 심지어 리뷰 확인까지 다 할 수 있으니 우리 여행이 훨씬 편해질 거예요. 더 자세한 건 이따가 도착하면 더 보여드릴게요."


우리는 스위스 마이엔펠트에 도착하자마자 마을 여행안내소 앞에 차를 주차했다. 마을 전체가 마치 그림 속 한 장면처럼 평온하고 고즈넉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 눈에 들어온 여행안내소는 작고 아늑한 공간이었고, 내부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원작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굿즈들이 놓여 있었다. 귀여운 하이디 인형부터 하이디와 페터가 그려진 엽서,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적인 장면을 담은 기념품들까지 가득했다. 안내소 한편에는 하이디 하이킹 코스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완주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날씨도 덥고 오랜 하이킹은 무리일 것 같아 우리는 코스 중 일부만 걸어보기로 했다.

“하이킹 코스를 완주하기엔 오늘 날씨가 좀 덥네요,”

내가 일행에게 말했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포도밭을 지나서 돌아오는 게 어떨까요?"

모두 동의하자, 우리는 마을을 지나 포도밭이 있는 길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마이엔펠트 마을은 정말 조용하고 소박했다. 골목마다 작은 돌담집들이 있고, 꽃이 만발한 정원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 살았을 법한 하이디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졌다. 우리는 가끔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돌담길과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풍경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지만, 곳곳에 있는 아기자기한 집들과 소박한 가로등이 더욱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이디길은 길 곳곳에 표시가 있어서 길을 잃을 일이 없지만 이곳에선 길을 잃어도 즐거울 것 같았다.

"여긴 정말 그림 같네요,"

데비가 감탄하며 카메라로 풍경을 담았다.

“하이디가 뛰어놀던 곳이 이런 느낌이었겠죠?”

걸음을 계속하니 포도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색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포도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너머로는 알프스 산맥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알프스의 설산이 멀리 보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나는 멀리서 산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잃었다.

“저기 보세요, 알프스는 뭔가 다르네요. 하늘과 함께 보고 있으니 예요,”

내가 손으로 가리키자 모두가 고개를 돌려 감탄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웅장하네요. 여기 앉아서 산멍을 하고 싶어요."


하이킹 코스를 걷다 보니 곳곳에 작은 분수들이 있었다.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소박한 분수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잠시 멈춰 분수의 시원한 물을 마셨다.

“이 물 정말 시원해요!”

지니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 나도 물을 마시며 더위가 조금 식는 것을 느꼈다. 이 작은 휴식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걸을 힘을 얻었다.

"스위스에서는 화장실의 물도 그냥 마실 수 있어요. 맑은 빙하수거든요. 여기 하이디 길은 하이키에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한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더위를 피하면서도 마이엔펠트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짧은 하이킹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우리는 알프스의 장엄함을 마음속에 담으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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