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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Sep 23. 2024

중세의 도시 쿠어를 지나 아로사로...

우리는 마이엔펠트를 떠나,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쿠어(Chur)에 도착했다. 도시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소박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구시가로 들어서자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도시 규모는 작았지만 돌로 된 길과 중세 시대 건축 양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우리는 자유롭게 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각자의 시간을 즐겼다. 고즈넉한 거리의 분위기 속에서 각자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쿠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자유시간을 마치고 다시 만난 곳은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Cathedral of the Assumption of Mary) 앞에서 였다. 성당은 위엄 있고 장엄했다. 하얀 돌벽과 고딕 양식의 첨탑이 어우러져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잠시 쿠어와 성당에 대해 설명했다.

“쿠어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기원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대요. 이 성당은 12세기에 세워진 건데,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죠. 쿠어의 역사적인 중심지인 이곳은 성모 마리아를 모신 성당으로, 스위스 가톨릭 신앙의 중요한 장소 중 하나예요.” 내가 설명을 하자 모두가 흥미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당을 바라보았다.

단체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 아로사(Arosa)로 향했다. 아로사는 쿠어에서 약 1시간 동안 산길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이지만 그 위에 올라가면 상상을 뛰어 넘는 풍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길은 점점 구불구불해졌고, 산을 따라 난 도로는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나는 운전대에 집중하며 조심스레 길을 올랐다.

"와, 여길 봐요! 산이 정말 끝없이 이어지네요," 지니가 창밖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이 풍경은 정말 그림 같아요. 알프스가 이렇게 가까이 보일 줄이야," 윌로가 그의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정말 멋지죠. 산중턱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마치 엽서 같아요," 데비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캐럴도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며, "이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정말 꿈속 같은 마을에 도착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아로사는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켰다. 마을은 알프스 산속 깊이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 높고 웅장한 산들 사이에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풍경은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 산과 맑은 공기가 어우러지면서 모두가 말없이 감탄했다.

우리가 묵기로 한 호텔은 통나무로 만들어진 "Hotel Stoffel"이었다. 따뜻하고 소박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안내받았는데, 방에서 창문을 열면 작은 교회(Bergkirchli)가 보였다. 통나무 방은 자연과 어우러진 느낌이 들었고, 호텔은 알프스의 전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방에서 보이는 이 교회 정말 아름답네요.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젠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해요," 데비가 감격하며 말했다. 모두가 작은 알프스 마을에서의 이 평화로운 순간을 마음속에 담아두려는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아로사의 중심가로 나와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스위스 전통 음식인 뢰스티(Rösti)를 주문해 먹으며, 일행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감자 뢰스티, 정말 맛있네요. 바삭하고 고소한 게 입안에서 살살 녹아요. 하지만 유럽의 짠맛은 어쩔 수 없네요." 캐럴이 감탄인지 놀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해서 모두가 웃었다. 와인이나 맥주에 계속 손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해가 지는 아로사의 풍경을 보며 호텔로 걸어갔다. 노을이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공기는 한결 차분해졌다. 저녁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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