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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ptimist Nov 16. 2022

직장인 밴드 기타쟁이로서 보낸 1년의 소감

이젠 생초보는 아니고, 초보자 정도 된 것 같아요.

선생님들께서 "외우면 다 칠 수 있다"는 말을 하시곤 했던 게 이제야 이해가 좀 간다. 이로서 나는 이제 취미 연주자 수준에서 생초보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라고 감히 생각하게 됐다. 허접한 수준이지만, 여기까지에 이르게 된 과정과 감상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놓고, 또 혹시나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남겨 놓는다.


나는 기타를 치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다. 10년 쯤 전 대학 동아리에서 나일론 스트링이 걸린 진짜 클래식기타를 3년 정도 쳤었고, '덩치가 크니 너는 베이스 파트다' 라거나, '나는 안 듣고도 깔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가는 분위기에 질려버려 한 동안은 모든 걸 놓아버렸었다. 그리고 다시 취미밴드 생활을 시작한 게 벌써 1년 정도가 되었다.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이 쓴 글이라고 이해해 주십사 부탁드린다.



❓ 클래식기타, 일렉트릭기타, 어쿠스틱기타 많이 다른가요? ❓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일단 간단히 보면 이런 차이가 있다.

- 클래식기타: 1~3번줄을 나일론을 걸고, 손톱을 길러 라인(프레이즈)를 친다. 잘 연주하면 굉장히 따뜻한 소리가 난다.

- 어쿠스틱기타: 모두 스틸 스트링이고, 피크로 코드 스트로킹을 하거나 장력을 이용해 핑거스타일 연주를 하기도 한다.

- 일렉트릭기타: 스틸 스트링이지만 어쿠스틱기타보다 줄이 살짝 덜 질기고, 앰프/이펙터를 연결하여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 그래서 이펙터 아웃풋을 헤드폰으로 빼면 공동주택에선 연습하기 오히려 좋기도 하다. 



1. 기타 실력을 늘리기에 가장 중요한 건 '쓸 데가 있어야'하는 것 같다.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거나, 동료들과 합주를 한다거나 하는 쓸모가 필요하다. PT를 받고러닝크루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악기연주라는 게 안 하고도 잘 살 수 있고, 그것 말고도 재밌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모티베이션이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연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방에서 혼자 치는 것보다 초보자를 받아주는 밴드에서 활동을 먼저 해 보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그래야 사운드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다른 파트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효과도 있는 듯 하다.


2. 그럼에도 첫 시작은 레슨이나 학원을 다니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그것은 정말 이유가 있어 하는 말인 것 같다. 한 번 자리잡힌 자세와 습관은 교정이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은 취미반도 노동을 시키기보다는 쉬운 곡들을 위주로 많이 가르쳐 주는 분위기이며, 원하는 곡이 있으면 그걸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 생각보다 괜찮은 입문이 될 것이다.


3. 취미 직장인 밴드 레벨에서 음악이론은 꼭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

하면 좋긴 한데, 사견으로는 초보를 탈출하니 마니 하고 있는 수준에서 메이저스케일 표랑 5도권 외우고 있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 지 잘 모르겠다. 그럴 시간에 손으로 솔로라인 한 번 더 쳐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우리 수준에선 악보 있는 것만 치면 된다. (참고로 글쓴이의 경우, 즉흥을 해보겠답시고 재즈를 배우다가 재즈혐오증이 생겨버렸다.)


4. 크로매틱은 안 해도 되지만 메트로놈은 꼭 켜야 한다.

개인적으론 레슨 등을 통해 자세만 한 번 제대로 잡아놓은 이후로는 크로매틱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차라리 메트로놈 틀어놓고 메이저스케일 돌리면서 손을 푸는 게 낫고, 그것도 싫으면 그냥 적당한 난이도의 솔로프레이즈를 메트로놈 켜 놓고 꾸준히 연습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초보들에게 크로매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마치 책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 고전이랍시고 <짜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했다>라든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책들을 들이미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것만 주구장창 하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대신 메트로놈은 꼭 켜고 연습해야 한다고 본다. 메트로놈에 익숙하지 않으면 애매하게 드럼과 박자가 어긋나거나, 강세를 이상하게 주는 등 꼭 티가 나게 마련이다. 클래식 연주를 할 때 들였던 메트로놈 맞추는 습관이 밴드합주를 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5. 새 곡을 만나게 되었을 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익숙해지면 좋았다.

①속도를 급하게 올리지 말고, 느린 속도에서 연주의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똑같은 타브악보를 놓고도 치는 법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어떤 손가락으로 짚을 것인 지, 슬라이드인지 점프 뛸 것인 지, 피킹인지 레가토인지, 피킹순서를 다운업업으로 할 것인 지 다운업다운으로 할 것인지 등등. 정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많다. 요즘에는 이럴 때 유튜브 영상을 통해 도움 받기도 좋다.

②계획대로 반복연습한다. 느린 속도부터.
이건 레슨에서 배운 노하우인데, 계획을 세웠으면 계획대로 쳐야지 어떨 때는 다운업업 어떨 때는 다운업다운 이런 식이면 연습이 하나도 안 된 거다. 라고 하더라.

③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지고, 어차피 속도를 올리려면 외워야 한다.
이 닦으면서도 타브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외운 곡들은 결국 손이 따라가더라. 그러려면 느린 속도에서 정확하게 외워서 속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너무 느린 속도에만 머물러있지 말고, 좀 빠르게도 쳐봤다가, 다시 원래속도로 돌아오는 등 여러 속도에서 쳐 보는 게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글쓴이가 지난 1년 동안 느낀 건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인 듯 하다. 1주일에 한 번 2시간을 연습하는 것보다, 매일 10분씩 꾸준하게 연습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꾸준하게 하려면 나를 채찍질해주는 밴드의 다른 동료들만한 존재가 없다.


장비에 관해서는, 50~100만원대 기타를 중고로 사서 그 급에서 이것저것 좀 써보다가 본인의 취향이 서면 윗 급으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딱 이 가격대가 가성비 좋게 여러가지 장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수준인 것 같고, 여기서 가격이 아래로 내려가면 사운드 잡기가 좀 어렵다는 느낌이라 그렇다. 


이펙터는 취미수준에선 페달보드보다는 멀티이펙터가 맞는 것 같다. 우리 동료들은 곡을 정말 되는대로 가지고 오고(시티팝부터 헤비메탈까지), 내가 차분하게 톤 잡을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캐비닛모델에 따라 소리 바뀌는 걸 감안하더라도 집에서 톤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 않나 싶다. 가성비도 좋고. 


누가 대체 밴드를 인싸취미라고 한 건 지 모르겠다. 주말에 합주 돌아가게 만들려면 주중에 골방에서 연습만 해야 되는데. 어쨌건 지난 일 년 간 이런 것들을 배웠는데, 다음 한 해 동안엔 어떤 걸 배우게 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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