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mer Jul 12. 2024

첫걸음

디자인 세계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

디자인 세계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은 디자인학과에 들어갔을 때였을까? 아니면 디자인 관련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일까? 나는 학교도 작은 사회라고 디자인 학과에 들어간 것부터 디자인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고 글을 시작해 본다.


제작 : Midjourney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는 장래희망이 만화가였고 중학교 때까진 반에서 그림(만화)을 제일 잘 그렸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떤 한 만화가의 글을 봤다. 만화가의 현실에 대해 쓰인 글이었다. 만화가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수입이 얼마인지,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 이때 웹툰이 나타날 것을 예상했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미래를 볼 줄 몰랐나 보다.


과학도 그림 그리는 것만큼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화학자의 길로 진로를 정했지만, 평소 과학 외 다른 데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재능이 없어서인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이제 진로를 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중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선생님과 내가 갈 수 있는 대학교 리스트를 쭉 보는데 그중 선생님은 철도경영학과를 추천해 주셨다. 그런데 마침 같은 대학교의 철도경영학과 리스트 바로 아래 컴퓨터디자인과가 눈에 들어왔고 나는 예전에 그림 그리던 내 모습이 생각나며 바로 컴퓨터디자인과로 가겠다고 말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디자인과 그림이 동일하다고 생각할 텐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앞에 컴퓨터가 붙은 것은 보이지 않은 채 디자인이라는 용어에만 집중되었었다. 선생님은 거기는 내 성적으로도 너무 낮은 곳이라며 말렸지만 고집부려서 결국 디자인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도 취미로 포토샵을 계속 해오긴 했다. 아직 있는진 모르겠지만 장미의 손글씨? 비슷한 이름의 카페에서 포토샵을 많이 배웠고, 게임하면서 길드의 카페 디자인을 전담하여하기도 했다.)


2008년, 그렇게 디자인 세계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디자인학과에서는 그림 그리는 수업도 있었고, 조형물을 만드는 수업, 포토샵을 활용한 그래픽 수업, 인디자인을 활용한 편집디자인 수업, 드림위버를 활용한 코딩 수업 그리고 영상 만드는 수업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우리 학교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드물었던 것 같다. 나도 열심히 안 했지만 학점이 잘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08년도에는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기 전이어서 오프라인 관련 작업물 또는 웹디자인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들어서 가끔 UX디자이너 20년 차 이런 사람들이 종종 광고에서 보이는데, 내가 대학교 입학하던 시절에만 해도 국내에는 UX라는 단어의 정의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였어서 살짝 의아할 때가 있다. 물론 해외에서 배우던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게 09년 2월 군대에 입대를 하고 2011년에 다시 복학했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스마트폰이 그 사이에 대중화되어 있었고, 카카오톡을 쓰지 않으면 연락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엄청난 변화에 맞춰 대학교 수업도 변화가 되었다. 멀티미디어 수업이라는 게 생겼는데 이게 바로 지금의 UX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회사를 운영 중인 대표님이자 전임교수였던 분께서 강의를 하셨었고, 나는 1학년때 배웠던 것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미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용자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수업을 들으면서 그 교수님을 매일 따라다녔다. 같이 밥도 먹고, 회사 견학도 가고 연락도 자주 드렸던 것 같다. 그리고 2012년 11월 겨울방학에 교수님께서 방학 동안 자기 회사에서 인턴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나는 부푼 꿈을 안고 바로 승낙했고 내 첫 번째 회사의 디자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 인턴이었지만, UX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만큼 열정이 있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야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너무 늦는 경우 근처 모텔방에서 잠깐 자고 다시 출근하며 일했다. 열정페이가 유행이었을 때여서 월급 50만 원을 받으면서 일했다. 이때는 돈보다는 열정과 경험이었으니까. 억울함보다는 배울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게 회사를 다녔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은 아니었고,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였다. 처음 프로젝트는 KT 프로젝트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있어 보일법한 것을 다해봤던 것 같다. 실제로 인터뷰도 해보고 퍼소나, 저니맵도 해보고 무드보드 작성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기획 영역부터 디자인 영역까지 모두 진행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인턴이기 때문에 자료조사나 메인 시안 외 다른 시안을 잡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열심히 배우던 중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회사와 많이 달랐다. 교수님들 중에 몇몇은 실무와 유사하게 수업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회사생활을 경험한 난 잘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물론 모든 회사를 경험하진 못해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2013년 7월에 또 한 번의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나는 인턴이었기 때문에 잡다한 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청와대 관련 키오스크 프로젝트였다. 서울의 여러 맛집들을 소개하는 키오스크였는데, 실제로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외관사진, 음식 사진 등을 찍었다. 한 여름이라서 더웠지만 이마저도 재밌었다. 실제로 내가 찍은 사진이 무려 청와대 서비스에 올라가다니..! 설레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이 시절에는 어도비의 플래시라는 툴로 키오스크를 만들었는데 이때 실제로 실무에서 UI디자인을 처음 경험해 봤다. 그리고 또 복학 시점이 다가왔다.


그렇게 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2013년 11월 교수님이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인디자인 DPS기능으로 앱 매거진을 만드는 것을 공부해오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이 정도 공부는 정직원이 되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2주 정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대학교 졸업하기 전 조기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이때 회사의 실장님이 압박면접을 했었다. 책상을 쾅쾅 치면서 "이럴 땐 어떻게 할 거야?"라는 식의 면접이었다. 이미 반년을 같이 일했던 사이었는데 왜 이렇게 면접을 봤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합격했고 이때 연봉은 2200만 원이었다. 이 시절에는 낮지 않은 금액으로 알고 있다. 요즘도 여기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디자인업계가 참 안타깝다.


그렇게 세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세 번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와중에 대학교 졸업전시회를 해야 했고 일을 하는 와중에도 웹디자인 전시 내 팀장이 되어 리딩을 하기도 했다. 막상 내 졸업전시작품은 형편없었지만 졸업전시회 사이트를 디자인하고 개발까지 했었다. 많이 부족했지만 졸업 전시회를 마치고 다시 회사에 돌아와 세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대형 광고사의 앱 매거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래서 인디자인 DPS를 공부해 오라고 하셨었나 보다. 2014년 1월호부터 8월호까지 만들었었다. 이 시절에는 저 DPS를 활용하여 앱 매거진을 만들던 회사가 막 생기던 추세였는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4월호를 만들고 있을 무렵 회사에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임금체불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임금체불 두 달이 지나자 10명 내외였던 직원들 중 3명이 노동부에 신고를 하며 퇴사를 하였고, 남은 직원들도 업무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가 하는 앱 매거진이 유일한 회사의 돈줄이었지만 이것도 큰 금액의 프로젝트는 아니어서 회사가 많이 힘들어졌다. 결국 4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고 나도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내 첫 디자인 세계의 발걸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정에서 설렘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고 그리고 절망도 있었다. 임금체불에 대한 이야기는 더 뒤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할 생각이다.






많은 분들이 모두 다른 사회 초년생, 학교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제 시작하는 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미래가 펼쳐질지 저때의 저처럼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다양한 이야기로 소통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이 브런치 북을 제작해 봅니다.

금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