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이 불편하다.
나는 사실 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이 불편하다. 왜 꼭 함께 해야 하는지 왜 꼭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밥을 먹는 시간에도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고 사적인 자리의 만남을 가지며 불편해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20대 초반. 아직도 사회생활에 익숙지 않고 벅차던 시절.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 밥을 먹고 있었다. 모두 이 얘기 저 얘기를 시작하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나 또한 맛있는 밥 앞에 즐거운 눈빛으로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옆에 있던 선배가 나를 주시하더니 하는 말.
"00아. 말 좀 하면서 먹어라."
순간 내 머릿속에서 스치는 나의 마음의 소리.
'아니. 맛있게 먹으면 되지 왜 꼭 말을 해야 해?'
그 후로도 밥을 먹는 시간이 되면 내게 꼭 말을 하던 사람들.
"00아. 대화 좀 하면서 먹어"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밥 먹는 시간을 친목하는 시간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남은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생각들.
왜 꼭 그래야만 하나.
사적으로 만남을 갖고 술 한잔 기울이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꼭 그래야만 실수도 덮어주고 말도 조심하게 되는 걸까.
왜 꼭 그래야만 하나.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는 것뿐이지 사람들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것을.
내 일만 하고 조용히 사는게 편한 사람도 있다는걸.
오히려 잘잘못을 따지는 시간이 왔을 때 너랑 내가 친해서 덮어주는 비합리적인 상황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합리적으로 따지는 게 옳은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너랑 내가 친하기 때문에 편을 가르게 되고 당파 싸움이 되고 실력보다 인맥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질이 떨어지고 퇴행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밥 먹는 게 불편해진 이유로 나는 줄곧 사람들을 피해왔던 것 같다.
나로 인해 불편해질 분위기를 피하고 싶어서.
맘 편히 맛있는 밥을 먹게 하길 위한. 나 자신을 위해서.
그래서 나는 대체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내게 밥을 먹을 때 대화 하길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속마음을 내 비치고 나면 한결같은 지인들의 반응.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면 하기 힘들어."
" 네가 올드인 줄 아냐?"
"넌 사회성이 좀 부족한 거야"
........................................
그들과 나는 한 끗 차이.
생각이 좀 다른 것뿐이야.
틀림과 다름을 인정하는 그 누군가를 언제나 만나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