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새우튀김 포스팅을 했습니다. 핸드폰 앨범을 정리하다 며칠 전에 먹었던 새우튀김 사진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어요. 캔바에 옮겨와 그적댔죠. 무언가 만들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새우튀김을 찍은 사진의 배경을 말끔히 지울 수 있을까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배경이 제법 말끔히 지워지더라구요. 신기술의 정교함에 감탄을 했죠. 그리고는 예쁜 배경에 올려볼까하는 생각을 떠올랐어요. 배경을 물색하다 뜬금없이 숲을 찾았어요. 워낙 숲을 좋아하기도 하니, 늘 초록의 안정적인 배경을 찾게 됩니다. 숲에 잔잔히 빛이 들어와요. 빛 줄기를 맞는 새우튀김 컨셉이 생각났습니다. 새우튀김을 중앙에 배치하니 모양새가 그럴 듯 해 보여요.
그때부터 재미있는 작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가을이니 온통 붉은 빛으로 바뀐 단풍숲을, 숲속 옹달샘 사진이 있어 가져와, 물 위에 새우튀김을 배치했죠. 이번에 큰 강입니다. 흘러가는 강물 위에 나룻배 모양새로 올려놓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우튀김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는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의 손 위에 놓아 봅니다. 새우튀김이 여러 가지 테마로 바뀌고 있더라구요.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인스타에 포스팅을 하며, 댓글을 다신 분들게 나와 함께 새우튀김을 먹을 기회를 만들었죠. 어떤 새우튀김을 좋아하는 지 알려주면 되었어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어떤이는 신성한 빛을 받는 듯한 새우튀김을, 또 어떤이는 숲 속 옹달샘 위에 있는 새우튀김을, 다른 분은 하늘을 나는 새우튀김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각각 선택한 새우튀김을 보니, 뭔가 선택한 이의 현재의 마음을 알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신성한 빛을 좋아하는 이는 명상을 즐기고, calm 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또는 신성한 기운을 좋아하는 사람같았습니다. 옹달샘 새우튀김을 선택하신 분은 왠지 자기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은 나는 새우튀김은 자유로움을 선호하고, 모험을 즐기는 분 같았죠.
요 며칠 약속한대로 새우튀김을 함께 먹었죠. 지금은 1:1로 했습니다. 함께 대화하며 각자의 가치관, 아는 분과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대화를 하며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느덧 상담 미팅이 되어버린 새우튀김 만남이 쭈욱 계속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