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찾아 떠나는 마음의 여정
캠핑이나 사이클링 같은 야외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날씨 예보를 자주 확인하게 된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야외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만, 미세먼지가 그 설렘을 가로막는다. 절반은 중국에서, 절반은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때문이라서, 북쪽이나 남쪽에서 적당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맑은 하늘을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 시기에 중국의 공장 가동이 멈췄을 때, 계절에 상관없이 깨끗한 하늘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그때의 공기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삶의 질 그 자체였다.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친한 친구는 미세먼지를 피해 강원도 양양에 땅을 사 두었고, 잘 아는 교회 집사님 부부는 양양의 아파트에서 한 달에 절반을 지내고 있다. 나 또한 한때 양양에서 노후를 보내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요즘은 양양뿐 아니라 공기 좋은 남해나 제주도로 이주해 은퇴 후의 삶을 꾸리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 삶의 방식과 거주지 선택까지 바꿔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물론 중국의 대도시에 비하면 우리가 겪는 미세먼지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기분을 좌우하고, 야외 활동에 영향을 미치며, 건강까지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몽골의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거나, 중국과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열어 실태를 공유하고 대책을 제안하는 외교적 노력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아쉽게도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실내 활동으로 전환하거나 공기 좋은 지방 도시로 이사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쉽게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