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
얼마 전 유튜브에서 안동 여행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보다가,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4학년이었던 삼십여 년 전, 1박 2일로 고건축 답사를 위해 밤기차를 타고 혼자 안동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며 그때의 좋은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또한 아내와 함께 한겨울의 한국 전통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 운치를 만끽하고 싶었다.
첫 방문지였던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관광지화된 탓인지, 예전에 느꼈던 소박한 모습은 조금 퇴색된 듯했다. 하지만 마을 앞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그 너머 부용대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두 번째로 방문한 병산서원은 그 입지와 배치가 여전히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음 날 방문한 만휴정에서는 양반의 드러내지 않는 고상함과 자연스러운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천년고찰 봉정사에서는 산사의 고즈넉한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조화를 느꼈고, 둘째 날 마지막 방문지였던 도산서원에서는 병산서원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매력과 공간마다 이어지는 기대감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500년 넘게 보존되어 온 고택인 농암종택에서의 하룻밤이었다. 하회마을보다 더 아름다운 낙동강과 기암괴석 절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한옥에서 잠시 머무르며 느낀 정취는 그야말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이곳에서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을, 아침에는 얼어붙은 낙동강 아래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강변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종가를 잘 보존하며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종손 어르신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는 건축 기행뿐만 아니라 먹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안동 간고등어, 안동찜닭, 한우갈비, 그리고 안동소주를 현지에서 즐겼다. 물론 서울에서도 이러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 항상 로컬푸드를 찾게 된다.
요즘 지방 도시를 방문해 보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 지역의 특색과 자랑거리를 스마트하게 구성하여 관광자원화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아직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세계적인 관광대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엄청난 발전을 이뤘고, 그 잠재력도 엿볼 수 있었다. 전통에 현대적 세련미를 접목한 카페나 호텔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월영교 역시 현대식 교량 위에 전통적인 다리를 설계하고, 야경을 활용한 밤 풍경을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번 안동 여행은 최근 몇 년간 다녀온 지방 여행 중 여러모로 최고였던 것 같다. 죽기 전에 안동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 안동을 방문해 보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