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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코스 Apr 06. 2020

이 순간을 남기는 새로운 방법

향기 공방 "프루스트"



“홍차와 마들렌을 한 입 먹었을 때 그 향과 맛에

과거의 기억이 별안간 바늘처럼 강렬히 들어섰다.”   


-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




Proust phenomenon

: 후각적 요소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현상



익선동 한옥마을 가장자리 하얀 한옥 한 채.

저 멀리 프랑스 소설가의 이름을 따 <프루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의 소설 속 향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추억이 담긴 향수를 만드는 공간에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6길 38-3

매일 11:30 - 20:30


향수 제작 체험은 예약 필수










향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




깨끗한 화이트톤과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집기들이 가득한 내부 인테리어.

공방보다는 실험실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수많은 종류의 향료들과 정갈히 정리된 모습에서 ‘향’ 자체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져 나온다.


공방이 훤히 보이는 옆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프루스트 소설 속 등장하는 밀크티와 마들렌의 조합이 이곳의 추천 메뉴.

블렌딩에 따른 다양한 향의 밀크티가 준비되어 있다.

홍차 본연의 향에 은은한 달콤함이 더해져, 

단순히 음료를 마신다기보단, 향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향기를 통해 돌아보는 ‘나’



향수 공방 <프루스트>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프루스트 시그니처 베이스 중 하나를 골라 향료들을 더해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오 드 퍼퓸인 이곳의 향수는, 지속력이 좋아 풍부한 향을 담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모든 과정은 조향사와 대화를 나누며 차근차근 이루어지기에,

원하는 향을 구체적으로 잡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향의 종류뿐 아니라, 그들의 배합에 따라서도 새로운 향이 만들어진다.

조향사의 가이드와 함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보며 나만의 향을 완성할 수 있다.

완성한 향수는 원하는 일러스트와 카드를 골라 함께 포장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를 대화로 나누며 

향수보다도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감을 느낄 수 있다.







향수를 만드는 테이블 양옆에는 모던한 분위기의 긴 의자가 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통 창을 곁에 두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통 창으로는 바깥의 풍경이 그대로 보여, 그 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좋은 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생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의 조향사가 말하는 조향의 자세이다.

향수에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 

나와 어울리는 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을 잘 알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S 오브코스의 시각




프루스트에서의 시간은 향수는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고 사색하면서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 솔직한 모습’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기억하고 싶을 풍경을

꾹꾹 눌러 담아, 작은 향수병에 가득 담아본다. 

오롯이 나의 취향이 담긴 나만의 향수를 뿌릴 때면

프루스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이곳에서의 한 시간이 강렬히 자리잡을 것이다.






Editor. 이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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