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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성 Sep 02. 2023

산전산후4

산후조리

임산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다루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신기할 정도로 국내의 연구 내용이나 결과와 일치하였다.


사실 생각해 보면 임산부들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국내의 연구 내용이나 결과와 다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제가 정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컷

엄마이기 이전에 오현진이었던 한 여성이 출산 이후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진 첫 질문이었다.


현대 여성들은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출산 이후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한 산후조리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


이러한 산후조리는 출산 이후 6~8주간의 산욕기에 임산부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로부터 이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을 위해 임산부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산후조리는 가족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였지만 노년층의 경제활동,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 가족 구조의 핵가족화 등으로 어렵게 되면서 최근 들어 산후조리의 문화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부에서는 임산부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유지 및 증진하기 위해 1973년에 제정된 모자보건법을 2015년에 일부 개정하여 산후조리 관련 실태조사를 법제화하였고, 임산부와 영유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3년마다 산후조리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실태조사에서 임산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산후조리 기간이 평균 8.3주(58.1일)로 나타났지만, 실제 산후조리 기간은 평균 4.6주(32.2일)로 조사되어 현실적으로는 임산부들의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산부들의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정책 1순위는 산후조리원 경비 지원(51.1%)과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 확대(15.4%)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산후조리원은 가정에서 이루어졌던 몸조리 방식을 1996년부터 민간에서 설립한 기관이 대신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문화이며, 임산부들이 자신의 산후조리를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75.1%) 장소이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의 이용 기간이 평균 1.9주(13.2일)로 조사되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임산부들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자녀 돌봄(40.5%)으로 인해 본인의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여성들을 배려하는 사회적지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같이 사회적지지가 부족해질 때 임산부들의 자기 효능감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육아에 대한 부담감은 가중되어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국내의 연구에서는 산후 우울의 유병률이 20~30%까지 높게 보고되었으며, 2018년 실태조사에서도 산후조리기간 동안 산모의 50.3%가 산후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조사되었다.


여기에서 산후 우울감은 출산 이후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기분 변화를 말한다.

산후 우울은 영유아에 대한 무관심과 부적절한 감정, 불안, 무기력함 등을 나타내며, 드물지만 망상이나 환각으로 인해 입원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산후 정신병이란 것도 있다.


이렇게 출산 이후 우울을 겪는 임산부들은 외출이나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하여 실제로 산후 우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여성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며, 2018년 실태조사에서도 산후 우울로 인해 진단을 받았거나 상담을 받은 여성은 전체 응답 여성의 3.4%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엄마가 되면 행복해야 정상이겠죠?”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컷

대부분의 임산부들은 출산이 당연한 축복과 행복이라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어 가족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임산부들은 출산 이후 행동이나 음식 등에 제약이 많이 따르고, 자신의 정서적 변화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산후 우울의 유병률이 높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산후조리가 대부분 신체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우린 부모가 처음이지만 함께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컷

산전관리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배우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는 출산 이후 임산부들이 경험하는 정서적 변화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임산부들의 자기 효능감 증가와 산후 우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배우자지지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실제적으로 배우자들이 임산부들의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부족하며, 배우자지지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사회적지지조차 미미한 수준이어서 마음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는 않다.


따라서 임산부들의 정서적 변화를 함께 나누고, 지지하기 위해서 배우자들에게도 산욕기 동안의 출산 휴가와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사회적지지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를 키워보니깐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나예요.”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컷

임산부들의 삶은 출산 이후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로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자신이 삶의 주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산후조리와 사회적지지, 배우자지지가 중요하지만, 과연 그녀들의 삶을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어쩌면 임산부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그 자체가 아닐까?


사실 그 답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필자도 아직은 잘 알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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