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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성 Aug 30. 2023

산전산후3

육아

2019년 가을, 82년생으로 평범한 이름을 가진 김지영이 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개봉했다.


그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힘들어 하면서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어쩌면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이 벽을 돌면 출구가 나올 것 같은데 다시 벽이고, 다른 길로 가도 벽이고, 처음부터 출구가 없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 화가 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일이었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육아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여성들의 삶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1991년에 영유아 보육법을 제정하였지만, 오랜 사회적 관습이나 편견에서 여성들의 삶이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김지영이 살아가는 세상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육아와 가사의 주체는 여성이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만 했었다.


그런 그녀의 사회적 경력은 단절되었고, 오늘과 다름없을 내일이 반복되는 현실에 차츰 병들어 가고 있었다.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우리나라의 경력단절 여성은 169만 9천 명으로 보고되었고, 그 사유는 육아가 38.2%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결혼(34.4%), 임신 및 출산(22.6%) 순으로 나타났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그래 좀 더 쉬자, 너도 좀 쉬고, 아영이도 크고 나면 나아질 거야~”

“애 보는 거 쉬는 거 맞아?”


지영의 남편 대현은 무척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지만,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단순히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마치 포스터 문구처럼 모두가 알지만, 사실은 몰랐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해받지 못하는 삶도 슬프지만, 이해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더 슬픈 것 같다.


사실 나 역시도 여성으로서 겪어야 할 일상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관습이나 편견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우리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김지영은 이런 현실과 맞서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공허한 삶을 선택하여 결국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그녀의 아픔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친정 엄마의 모습은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자 미래인 것 같아서 마음이 먹먹했었다.


자기 자신을 실현하고자 했던 김지영이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이었을까?


어렵게 찾아온 재취업의 기회마저 포기해야 하는 그녀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2018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원하고 있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이제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마주한 채 잠시 접어 두었던 꿈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


이것은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사실 그녀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시작이 아닐까?


나이젤 마쉬(Nigel Marsh)는 TED 강연에서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과 사회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삶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은 자신이 스스로 찾아야 하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육아와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꿈이 많았고, 열정적이었던 청춘이 있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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